국회가 오늘 오후2시 본회의를 열어 700명 규모의 공병과 의료지원단 파견을 내용으로 하는 '국군 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병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개시 이틀째인 지난 2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이 동의안은 전례없는 여야합의와 당정협조 속에 일사천리로 국회 통과만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파병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국민 일반의 광범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 사회 각계에서 파병안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양대노총은 파병안 통과시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밝히는 등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국민여론이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소 유보적 태도로 파병반대를 주장해왔던 여야 의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 김근태, 한나라당 김부겸, 개혁당 김원웅의원 등 30여명에 이어 이미경·김희선 등 여성의원 5명도 파병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민주당 김경재의원은 '공병 부대 파병 제외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같은 파병반대 여론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석유자원 이권과 중동지역 패권에 대한 지배야욕에 따른 것으로서 대의명분을 결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미국의 공격이 비인간적인 침공행위임을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있는 전세계 반전·반미시위대열과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노무현대통령은 공격 전 부시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지지의사를 밝힌데 이어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 국익에 가장 부합한 판단'임을 들어 전쟁지지와 파병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일사천리식으로 진행된 파병안 의결과 국회 상정까지의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논의구조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파병이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 헌법 5조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미동맹관계를 공고히 다짐으로써 북핵과 경제 등 긴급한 사안을 풀어가고자 하는 정부당국의 고심어린 결단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국민을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국익'에 대한 가치판단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겠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초 미국측 구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전황 또한 파병의 시기와 규모에 대한 좀 더 다각적인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공격 개시와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화력으로 적의 전투의지를 일시에 무력화시킬 것을 목적으로 '충격과 공포' 전쟁을 시도했으나 예상과 다른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모래폭풍 등의 기후조건과 맞물려 전황이 게릴라전의 양상을 띠는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영군의 신속점령전략에 따른 조기 종전을 전제로 한 파병효과의 극대화론은 실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전황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인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안전한 파병'을 도모하는 것이 '국익'을 고려한 현명한 결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좀 더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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