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의 아픔과 눈물이 아직도 온 국민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는 때에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지난 26일 밤 11시쯤 어이없는 화재가 발생하여 합숙중이던 8명의 어린 축구꿈나무들이 연기에 질식하여 숨지고 17명이 화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났단 말인가.
 어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초등학교 구내에서 그것도 불과 10여분만에 진화되었다는 화재의 현장에서 이처럼 큰 인명피해가 났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루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국가대표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온 국민들의 환호 속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미래의 태극전사를 꿈꾸며 잠들었던 어린선수들의 희망과 기대를 일순간에 삼킨 화마의 원인이 어디에 있던간에 그 책임은 어른들의 몫이기에 이땅에 사는 어른들은 또 한번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다.
 그 어느 누구 보다도 어른들의 사랑속에서 밝고 명랑하게 자라야할 어린 학생들이 이처럼 어른들의 무책임과 사회구성원들 모두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으로 그 해맑은 꿈을 미처 피워보지도 못한 채 스러지게 했다니 또 억장이 무너진다.
 참사가 일어난 천안초등학교의 축구부 합숙소는 10여년 전에 지어진 1층 건물로 2개의 방에서 24명이 생활해 왔으나 허술한 전기배선에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를 내뿜는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하는 등 제반 소방시설이 취약하여 안전의 사각지대로 방치 되어 왔다는 것이다.
 비단 이곳 뿐이겠는가.
 충북도내의 각급 학교 운동선수들의 합숙소도 마찬가지 이다. 대부분의 합숙소가 노후하고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도내 학교중 운동부의 합숙소가 설치된 곳은 초등 8개소 중등 25개소 고교 26개소 등 모두 60여개교의 합숙소에서 1천여명의 학생들이 합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의 합숙소들이 학교 운동장의 한쪽에 조잡한 조립식 패널 건물로 지어졌거나 오래된 사택을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어 학생들의 합숙생활에 따른 각종 안전에 큰 위협을 주고 있으나 이에따른 안전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처럼 합숙소들의 시설이 열악한 것은 열악한 학교와 학원의 재정으로 지원이 부족하여 시설이나 환경개선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더욱이 대부분의 합숙소들이 운동선수들의 부모들이 돈을 갹출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작금의 학교 합숙소들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는 이러한 불행이 언제 어디서 또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따라서 사회와 학교 및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시설의 관리자들 모두가 모든 안전사고의 책임자라는 인식아래 사고예방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는 남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내 자식과 가정을 위한 일이며 나아가 사회를 위한 일이기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우리사회에서 안전불감증 이라는 암세포를 완전하게 제거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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