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발생한 천안초 축구부 합숙소 화재를 계기로 학교체육교육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교육부가 초등학교 운동부의 상시 합숙훈련을 전면 금지키로 결정함에 따라 충북도교육청이 초등교 운동부 합숙소와 임시시설 합숙소를 폐쇄하는 등 관련 시설 안전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중·고교도 필요할 때에만 관할 교육청과 협의해 합숙훈련을 하도록 했으며, 학생이 참여하는 각종 대회를 휴일이나 방학 중 열도록 일정조정을 대한체육회와 경기단체에 건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학생들 연습과 훈련이 정상적 수업을 받은 뒤 실시해야 한다는 점 또한 재강조됐다.
 천안초 합숙소 화재는 우리 사회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외에도 1등 지상주의와 엘리트 육성정책으로 병들어가고 있는 한국체육정책의 환부를 까발린 사건이었다. 아직 엄마 아빠의 정성어린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린 선수들이 안전사각지대인 합숙소에 올망졸망 모여 살며 직업선수로 길러지고 있는 현실을 충격적으로 고발했던 것이다. 황선홍, 홍명보 같은 국가대표를 꿈꾸며 온종일 공만 좇았던 8명의 영혼은 온 국민이 열광했던 월드컵 4강의 영예가 결국 가족도 학업도 포기당한 채 운동기계로 길러지고 있던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엘리트 지향과 1등 지상주의를 기반한 학교체육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제도개혁으로 이르지 못했었다. 그런 만큼 이번 참사로 인해 더 이상 체육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천안초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이 있던 지난 1일 출범한 '합숙소폐지와 체육제도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학원체육의 정상화와 한국체육 개혁을 위한 가칭 '체육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 4개항을 요구하고 교육부 앞에서의 릴레이 1인 시위와 대국민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공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청소년기에 운동기계가 되고 운동에 인생승부를 걸게 된 것은 잘못된 제도에 기인한다면서 학원체육의 정상화를 위한 체육특기자진학제도의 폐지 등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체육 혜택을 일반 청소년과 국민이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개혁을 요구했다.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스포츠의 멍에는 단지 유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선수들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전체 한국 스포츠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제거해야만 그나마 어이없이 떠나보낸 영혼들에 대한 참담함을 조금 씻을 수 있을 것이다.
 2002 월드컵을 끝으로 날개를 접은 '황새' 황선홍 선수는 '인도적 견지'에서가 아니라 '축구 발전을 위해' 합숙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를 획일화하는 합숙문화 아래서 배출한 선수들로는 현대축구가 특히 요구하는 창조적 플레이를 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축구가 행복을 위한 수단이 돼야지 목적으로 바뀌어서는 안된다고도 말한다. 이번에야말로 이처럼 당연한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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