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이 우거진 조령 3관문 길옆에는 희귀한 팻말이 오가는 길손을 맞는다. 조선시대에 해 세운 '산불조심'팻말이다. 당시에도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이었나를 가늠케 하는 경구다. 산불진화장비가 인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니 만큼 예방만이 재난를 물리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선조들도 잘 간파했던것 같다.
 치산치수(治山治水)가 국가 경영의 으뜸 덕목이라는 것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산림의 혜택과 고마움은 그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기본 사항이다.
 산림은 우선 산소를 공급하는 자원이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시 외곽에는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원시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수풀은 도시의 숨줄인 까닭에 누구도 벌목하거나 침입하려 들지 않는다. 시멘트 공간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녹지공간이 좁아지는 우리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수풀은 토사유출과 자연재해를 막아준다. 해안의 방풍림은 강한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내륙의 수풀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매운 높새바람을 차단시켜 준다.
 우리나라 산림 전체가 실뿌리마다 보유한 물의 량은 자그만치 전체 댐 담수량의 3배에 달한다. 수풀은 사계절의 전령사이자 파수꾼이다. 봄이 오면 꽃을 피워 금수강산을 만들고, 여름이면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게하며, 겨울이면 세찬 눈보라를 막아준다.
 이러한 수풀의 고부가가치는 보존할수록 높아지지만 한 순간 실수가 생기면 속절없이 사라지고 만다. 다름아닌 산불이다. 산하를 집어 삼킬듯한 산불은 야속하게도 식목일을 전후하여 많이 발생한다.
 논뚜렁 밭뚜렁을 태우다가 산으로 불길이 번지기 일쑤요, 등산객의 담뱃불 실화로 엄청난 자원이 잿더미로 변하기 예사다. 당국에서 입산시에 담배, 라이터를 소지하지 못하게 사뭇 계도하여도 소 귀에 경읽기다.
 봄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산불이 쉽게 번져나가는 수가 많지만 근본적으로 실화를 하지 않으면 산불이 발생할리 없다. 우리는 몇해전 백두대간을 잿더미로 만든 동해안 산불을 기억하고 있다. 인명, 재산피해는 물론 백두대간이 검게 변하고 여기에 섭생하는 동식물들이 상당수 죽어갔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수풀을 지키는 작업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열 그루를 태운다면 나무심기의 의미도 빛을 바래고 마는 것이다.
 산불과 더불어 산림의 훼손을 부채질하는 것은 지자체의 난개발이다. 산림이 잘려나가면서 으리으리한 주택과 음식점이 들어서고 있다. 난개발의 손익분기점을 장기적으로 따진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같다. 자연의 혜택은 특정인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수익증대를 빌미로 숲을 없애는 일을 가급적 중단했으면 한다.
 백두대간의 항공사진을 보면 등뼈가 허옇게 드러난 곳이 많다. 정수리가 움푹 패인 곳도 여러군데이며 심지어 산 봉우리조차 없어진 곳도 있다. 산은 인간이 베푼 것 만큼 그 댓가를 돌려준다는 점을 식목일 아침에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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