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의 사계절은 모두가 아름답다. 빼어난 산수에다 역사, 문화 마당이 잘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산그림자가 호수에 되비치고 별이 떨어져 들꽃으로 피어 나는 그곳에는 맑은 물, 꽃바람에 영혼을 헹구려는 사람들의 행렬로 늘 북적인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진달래가 소나무, 굴참나무 아래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봄나들이 가는 새악시의 분홍 저고리인양 수줍음으로 상기된 꽃잎들이다.
 겨우내 닫혀 있던 청남대 금단의 문이 열리면서 스무해 동안이나 묶여있던 호반의 꽃향기가 와락 속세를 덮친다. 들꽃이 피어나는 그곳에 또다른 예술의 향기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호반을 수놓는 국제환경미술제다.
 산과 물과 사람의 행위가 어우러져 예술을 빚어내는 그곳에는 별똥별(Shooting Star)이 떨어진다. 올 국제환경미술제의 주제를 '별똥별'로 정한 것은 문의 아득이 고인돌 무덤방에서 출토된 청동기 시대의 별자리판에서 유래된다.
 '대개 별이 다 자라면/ 꽃처럼 툭 떨어져 내려/ 숲속의 꽃으로 살아 남는데/ 사람들 중에는 가끔은/ 정말 가끔씩/ 별이 되었다가 툭 떨어져 내려/ 꽃으로 되살아 났으면 싶다' (윤석위, 화두2)
 대청호에는 찌든 마음 뿐만 아니라 별조차 멱을 감는다. 은하수와 호반이 교감하는 그자리엔 어느새 역사와 문화예술이 둥지를 틀며 우주의 하모니를 연출한다.
 소백의 실개천이 모여 비단결 강물을 이루던 오가리는 여름 한낮 뙤약볕이 백사장에 쏟아지던 추억의 천렵장소다. 피라미, 참붕어가 무진장 잡히고 철부지 하동(河童)들이 멱감던 강물은 흐름을 멈추었어도 아슴프레한 기억의 조각들은 지금도 강물위에 떠 있다.
 가을이 오면 불당골의 단풍이 불타오르고 연인들의 밀어가 호반에서 익어간다. 나무가지마다 눈(雪)을 머리에 이고, 몸속까지 투명한 빙어가 얼음장밑에서 노는 겨울 호반도 그만이다.
 현암사 백팔계단에 번뇌를 씻고 장군봉, 쪽두리 산성에서 불어오는 마파람에 땀을 식히다 보면 속인(俗人)도 어느새 신선이 된다.
 칼 바람 불어오던 양성산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침묵하고 있다. 고려의 유금필 장군과 후백제의 길환 장군이 자웅을 겨뤘던 산성엔 망초대만 무성하다. 다만 무너진 성벽이 이곳의 역사를 몸으로 말해준다.
 며칠전 청원문화재단지에서는 '대청호 미술관'이 착공식을 가졌다. 대청호를 굽어보는 이곳에 전통 팔작집의 미술관이 들어서게 된다. 착공식에서는 신용구씨의 포퍼먼스 '청원하늘에 황새가 나는 그날까지'가 공연되었다.
 미술관 뒤로는 진달래가 역광으로 피어있다. 사진예술에 조예가 깊은 오효진 청원군수는 '역광으로 보는 진달래가 더 아름답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대청호반에서는 예술과 전통문화와 역사가 3박자를 이루며 유영(遊泳)을 한다. 게다가 청남대의 문이 열리며 방문객 인터넷 예약만 해도 벌써 4만명을 넘었다.
 스무해 동안이나 심리적 박탈감을 안고 살아오던 문의 일대주민들의 주름살이 다소 펴질까. 상수도 보호구역인 만큼 대청호반의 살길은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가 혼합한 무공해 예술마을로 가꾸는 수 밖에 없다. 대청호는 사계절 자체가 큰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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