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사건이 발생하는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가고 있다. 올 들어 3월말 현재 충북도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사건이 3일에 한번 꼴이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충북지방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경제적 빈곤,가정불화,신병비관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3월말 현재 35건에 달한다.그러나 경찰에 신고 접수되지 않거나,미수에 그친 자살 기도사건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자살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옷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들킨 여중생 2명이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3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일이 벌어져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같은 학교 친구인 여중생 3명은 한 완구점에서 장난감을 훔친 뒤 옷가게에서 옷을 훔치다 한 명이 현장에서 붙잡혀 진술서를 쓰게 되자 나머지 2명이 인근 식당건물 옥상에서 투신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져 치료중이라고는 하지만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아닐수 없다.
 자살사건은 이제 더이상 방관하거나 남의 일 정도로 치부할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어른들이 빈곤, 가정불화, 신병비관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는 일이 급증했지만 한동안 우리사회를 들끓게 한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들의 경우는 자살에 이르는 동기가 너무 가볍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자살사이트를 통해 목숨을 버린 청소년들의 유가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가정환경이나 대인관계, 학교생활 등이 원만한 형편이어서 자살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혼율 증가 및 심각한 가족해체 현상, 혹은 경제난에 따른 실업증가 등을 자살률 급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경우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성세대의 돈벌이, 비윤리적 행위와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청소년 자살 증가는 기성세대들의 각성에서 문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걸러지지 않은 수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한순간 그릇된 가치관에 현혹될 수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거나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아랑곳 없이 호기심을 악용하는 기성세대들의 악덕 상행위 등을 적절히 규제하지 않는다면 청소년의 일탈을 막는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들 여중생들도 심리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건의 전후를 통해볼 때 처벌이나 부모의 꾸중이 무서워 즉흥적으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죽음 밖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생명경시 풍조도 안타깝지만, 그들로 하여금 어려운 상황을 상의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 책임을 자성하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도 마지막에는 주위에 자살의사를 알리는 등 구조를 바라는 심리가 있는 법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생명을 담보로 벼랑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갖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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