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전경.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상태를 진단해 제도개선방안을 제안하는 제4차 재정 추계작업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7일 공식추계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금 조기고갈설이 흘러나고 있다.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은 2056∼2057년에 밑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예측이 나온 것이다. 5년 전인 2013년 3차 재정 추계 때 정부는 2060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추산했는데, 그때보다 3∼4년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적립기금이 바닥나면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 의무가입 규정을 없애고 자유롭게 가입·탈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노후생활의 버팀목인 국민연금이 설사 고갈된다 해도 연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국민연금공단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지만 문제는 국민들의 불신이다. 기금운용에 정치적인 외압 때문에 30년 평균 5.14%였던 수익률이 1%대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기금 고갈이 5년 정도 앞당겨진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를 걱정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국민연금 조기고갈은 기정사실이 됐다. 5월말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634조원이다. 이런 막대한 기금은 당분간 계속 불어나 2040년대 초반 2천500조원 대까지 커지지만, 이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진 시점에는 300조 원대에 가까운 적자가 나서 세금으로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조기고갈의 배경으로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저출산^고령화가 꼽힌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을 탈 사람은 많아지면서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기금이 바닥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연금 지급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엄청난 기금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부분 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연금역사가 긴 선진국은 그 해 필요한 연금재원을 현재 근로세대한테서 그때그때 보험료로 걷어서 그 보험료 수입으로 노년세대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연금공단의 논리는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연금 재원을 충분히 조달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다.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월등히 적다.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과 달라 다음세대가 감당하기엔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크다. 이 때문에 연금수령 나이를 지금보다 더 늦추거나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를 단계적으로 더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 이래저래 노후에 국민연금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겐 실망스런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정치적인 외압에 휘둘려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핵심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위기감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정치적인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확보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연금이 아무리 재정적으로 건강하다해도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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