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문명의 색깔로 덧칠해놓은 잿빛의 도시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두꺼비의 모습을 관찰한다는 것은 참으로 낭만적인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낭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고 함께 호흡하며 종당에는 삶의 질을 한단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청주에는 여러 곳에 방죽이 있었다. 산남동에는 쑥골 방죽을 비롯하여 산남방죽, 원흥이 방죽 등이 있는데 이중 쑥골 방죽은 완전히 매립되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봄이면 방죽 언저리에서 들꽃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강태공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가을에는 산책코스로,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타던 동네 방죽이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방죽에는 개구리, 두꺼비 등 양서류와 곤충이 서식하고 양지꽃, 개불알풀 등 들풀이 자라난다. 밀폐된 도시공간에서 방죽은 어떤 숨통 역할을 한다.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이 방죽가를 거닐며 마음을 세탁할 뿐만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회색의 공간에 방죽은 완충지대로 존재하며 문명과 자연을 이어주는 고리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도시 개발지에 위치한 산남동 원흥이 방죽은 청주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자연 그대로의 방죽이다. 생태연구소 '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는 두꺼비, 개구리, 자라, 산 개구리, 물총새, 양지꽃, 개불알풀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 '청주의 우포늪'이라 불리고 있다.
 이곳은 곧 토지공사에 의해 택지로 개발된다. 표면상의 계산으로 보면 방죽보다 아파트로 개발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이나 원흥이 방죽은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생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그이상 덧셈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토지공사, 청주시, 환경단체는 이의 보존에 대체로 의견을 함께하고 있으나 보존의 방법론에서는 약간의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원래모습을 그대로 보존하여 물과 산을 오르내리는 양서류의 서식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데 비해 토지공사측은 도랑이나 콘크리트 관을 이용한 생태통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개발은 필히 환경의 변화를 동반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나 앞으로는 환경의 파괴를 최소화 한다거나 친 환경적인 방향으로 개발의 물꼬를 틀어야 한다.
 원흥이 방죽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이 일대로 추정되는 원흥사(元興社·元興寺)에서 직지보다 72년 앞선 목판본 금강경(金剛景)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이 인쇄물은 비록 목판인쇄물이긴 하나 직지와 더불어 청주가 인쇄문화의 메카라는 점을 상당히 보완해 주는 중요한 자료다.
 우선은 택지 개발이 당면과제라 해도 환경적, 역사적 중요성을 숫제 지워버려서는 안된다. 환경도 살리고 역사성도 부여하면서 집을 짓는다면 이 일대의 삶의 조건이 한층 높아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개발지상주의라는 의식을 접고 개발과 환경과 역사성이 손을 잡는 방식을 연구해 볼일이다. 방죽의 마지막 보루격인 원흥이 방죽 원형을 꼭 보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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