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교협이 주관하는 학문분야 평가 과정에서 금년도 평가 대상중의 하나인 경제학과 교수들이 평가 방법과 활용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무기한 연기를 결의하였다. 대교협은 지난 1994년부터 매년 대학을 평가하고 있는데 대학전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과 학문분야별로 세분하여 평가하는 방식의 두가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번 경제학과의 경우는 학분 분야별 평가에 대한 것으로 평가대상 97개 대학 가운데 89개 대학이 평가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경제학 교수들이 밝히고 있는 평가 거부의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평가편람의 작성과정이 평가대상기관의 의사를 전혀 수렴함이 없이 일방적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졌다.
 1. 평가편람이 전체 대학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 연구업적 평가기준의 경우 경제학의 다양한 발전 경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 평가편람이 상대평가로 되어 대학서열화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1. 평가편람 중 상당 부분은 경제학 연구 및 교육과 직접 관계없으며, 자체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방대한 양의 서류 작업을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수에게 부담지움으로써 엄청난 자원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학과 교수들의 이러한 요구는 외국의 경우를 비추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대학의 서열에서 가장 민감한 분야중의 하나가 경영학 석사과정(MBA)이다. 타분야와는 달리 경영학 분야는 대학의 서열이 바로 그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과 급여수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민감한데도 불구하고 그 평가방식은 아주 단순해서 기업과 졸업생의 평가와 졸업생의 평균 급여수준을 주된 기준으로 결정하는데, 이러한 평가방식은 대학의 교육내용을 기업에서 요구하는 업무능력에 긴밀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에서 가장 가시적으로 변화한 것 중의 하나가 사회 전부문에서 평가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입시나 입사시험, 그리고 직장내 승진시험등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의 평가는 과거에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사회의 많은 부문들까지도 대상영역으로 포함하고 있고, 평가방식이나 평가에 따른 상벌도 예전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영향이 심대하다.
 평가란 그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수행되지만 그 주된 목적은 의외로 단순하다. 즉, 평가 대상자에게 합격과 탈락의 기준을 제시하고 경쟁을 통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적정한 평가는 그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평가를 통하여 사회질서를 정하는 것이 일반화됨에 따라서 과거의 구태의연한 연공서열이나 지연, 학연등의 인간관계에 따라서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었던 관행이 사라지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무분별한 평가방식의 도입이나 평가과정에서 나오는 폐단 때문에 애초에 가졌던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얼마전 일본에서 종신고용제를 처음으로 포기하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후지쓰사가 다시 종신고용제로 회귀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서 목적으로 하였던 직원들간의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부분이 팀웍을 해치면서 가져오는 효율성저하부분보다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경제학과 교수들의 대교협 평가 거부는 이러한 무분별한 평가방식의 도입이나 평가를 위한 평가에 대하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마지못해 순응하는데 대하여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진다.
 / 이 동 수 충북대경제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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