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에 2만5천원짜리 수박을 먹으며
한통에 2만5천원짜리 수박을 먹으며
  • 이정원 기자
  • 승인 2018.08.19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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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정원 영상미디어부 차장
지난 8일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 수박이 진열된 모습. 2018.8.9  /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 수박이 진열된 모습. 2018.8.9 / 연합뉴스

[중부매일 기자수첩 이정원] "엄마, 그냥 사". 모처럼 가족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나와 청과코너에서 2만 5천 원짜리 수박을 보며 망설이는 엄마에게 말하며 수박을 들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14일 기준 1통의 소매가격이 2만 7천938원으로 7월보다 69.4%나 올랐다. 연초 농작물이 냉해를 입었고 이에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생육이 나빠졌다.

여기에 휴가철 수요까지 겹치면서 우리는 3만원짜리 수박에 지갑을 꺼낼 수밖에 없게 됐다. 충북의 농가현장을 보면 상황은 더 암울해진다. 증평의 인삼피해는 38ha로 증평 폭염피해에 73%를 차지했다. 연초 냉해피해를 입은 충주 사과와 음성 복숭아, 괴산의 배추, 단양 어상천의 수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년을 키워야 상품이 되는 인삼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쯤 되니 당연히 다음 달로 다가온 추석 물가가 걱정된다. aT가 밝힌 2017년 추석명절 전통시장 상차림가격은 21만 9천 원 선이었다. 올해는 비용이 얼마까지 오를지 벌써 부터 걱정이다.

폭염과 가뭄에 농가피해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은 딱히 없어 보인다. 충북도가 내놓은 대책은 7월 30일에 발표한 22억 긴급예비비(도 11억, 군 11억)와 시·군 농업대책상황실을 비상체제로 전환하는 것뿐이다. 특히 8월 9일에는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다목적 소규모 저수지 건설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완공시점은 2020년이다. 하긴 지난해 입은 수해피해의 복구도 아직 안끝난 곳이 있으니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이정원 영상미디어부 차장
이정원 영상미디어부 차장

아침 바람이 선선한 게 가을이 오긴 오나보다. 수확의 계절에 실망할 농심(農心)과 추석 상차림에 고민할 민심(民心)이 교차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청주의 열대야 일수는 2015년 9일에서 2018년에는 33일(8월 14일 기준)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여름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것은 예측 가능한 것이다. 내년 여름에는 수박한통 사는 것에 마음 조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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