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학생들이 미군 부대에 진입하여 장갑차를 점거했다고 해서 야단이다. 이 사건이 문제가 되는 것은 냉전시대의 이념논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가 한총련 관련 학생들의 수배해제 및 이적단체 지위에 대한 재검토를 논의하는 도중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현정부가 검토해 온 우호적 조치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을까?
 현 정부가 한총련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여론이 긍정적일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로 인하여 한반도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미를 외치는 한총련에 대해 국민의 여론은 우호적일 수 없다. 따라서 한,미,일 등이 협력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시점에서, 한총련이 반미시위로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한 데는 다른 뜻이 있는 것 같다.
 전대협의 후속 조직인 한총련은 주체사상파로 불렸던 운동권 학생들의 현존 조직이다. 이들은 한반도의 분단과 우리사회 내의 계층간, 계급간 갈등구조가 미국, 일본 등 외세의 한국침략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시각을 갖는다. 따라서 반외세 투쟁을 통해 미국을 한반도에서 물리치면 한국의 통일과 사회 내 모순이 모두 해결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그들 스스로는 자생적인 한국의 사회개혁 운동이라고 주장하나, 본질적 사고 구조는 북한의 남한혁명 논리와 유사하다.
 한총련의 투쟁방향에서 보면 한, 미간 우호와 협력관계는 잘못된 것이며, 현 노무현정부가 친미성향으로 전환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 5.18 광주사건도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시, 친미 성향을 보인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또한 이들은 북한의 핵개발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이 한반도 평화에 장애가 된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주한미군의 군사작전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발생한 이번 한총련의 미군부대 진입도 바로 반외세투쟁의 실천 사례인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정부가 한총련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총련이 불법적 투쟁 행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아직 나이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해 판단을 미처 하지 못한 행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이들의 선택은 한총련의 합법화보다는 한국사회의 반미성향을 증폭시킬 기폭제 역할이 한총련의 존재 당위성에 더 필요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보여진다. 즉 한총련의 존재 지속성 여부는 합법화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반미투쟁 논리와 역할의 정당화에 연계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한총련 학생들이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다자회담에서 북한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조치로 반미를 외쳤다면 이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반미 주장이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시키는 조치로 보일 수 있으며, 이적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보안법 개폐문제를 다시 냉전적으로 접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급한 것은 이들에게 탈냉전 시대의 세계사회 변화를 주지시키는 일일 것이다. 북한이 변화하고, 한반도에서 핵위협이 제거되는 시점이 한총련 학생들이 원하는 외세투쟁의 당위성을 판단하는 출발점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따르지 않고, 반미투쟁을 고집하는 것은 우리 젊은세대가 선택할 방향이 아니다.
 / 충북대 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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