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강선희 제천 명지초 수석교사

충주시 어린이 비만 사전 예방 사업인 '건강한 돌봄놀이터'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 충주시 제공<br>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자료사진

수석교사가 되면서 올 1학기 동안 1,2학년 아이들과 전래놀이로 수업을 했다. 예전에 나는 어떻게 놀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동네 골목에서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함께 바닥에 그림을 그려 놓고 지렁이가이생, 오징어가이생, 삼팔선, 사방치기 등을 하면서 놀았다. 커다랗고 잘 세워지는 돌을 찾아서 돌을 세워놓고 비석치기도 하고 구슬치기도 했다. 공책을 찢어서 만든 네모딱지, 문구점에서 산 동그란 딱지로 놀이를 했다. 노래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는 다양한 고무줄놀이도 즐겼다. 깡통차기, 숨바꼭질, 진놀이 등등. 참 많은 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집에서 부모님이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게 신나게 놀았던 경험이 지금의 전래놀이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니 조금은 머쓱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또 내가 어릴 적에 잘 놀았던 것처럼 아이들도 신나게 놀 수 있으면 좋겠다.

놀이에 대한 이론을 찾아보니, UN 아동권리 협약 31조(휴식과 예술 활동 등에 참가할 권리)에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 국가는 모든 어린이가 문화와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제는 아동의 놀 권리까지 확보해 주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2015년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어린이 놀이헌장 "모든 어린이는 놀면서 자라고 꿈꿀 때 행복하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어린이에게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을 선포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놀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각 학교에서 놀이수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학기 동안 땀 흘리며 아이들과 함께 놀이수업을 하면서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복도에서 만나는 1학년 아이들은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한다. 한 명에서 시작된 것이 이젠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까지 합세해서 "저도, 저도~"라고 한다. 조금 변형 되서 이젠 손을 높이 들라고 한다. 그리고는 점프를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을 즐긴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나도 같이 즐겁다.

우유곽을 이용하여 사각딱지를 만들어 딱지치기 놀이를 하고 놀이를 한 딱지는 학급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학급놀잇감이 되었다. 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반 대항 딱지치기 대회를 했다. 반별로 딱지바구니를 가지고 나와서 학급 딱지바구니의 딱지가 다 없어질 때까지 하는 것이다. 지는 팀은 빈 바구니를 가지고 교실로 간다. 잠시 우울하지만 금방 밝은 모습이 된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 우유곽딱지 바구니를 채울 우유곽 딱지를 접었다. 그랬더니

"우리반 딱지바구니가 꽉 찼어요."

"그럼 오늘 만든 딱지는 저번에 우리에게 진 반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좋아요~", "다시 따오면 되요."

자신감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보인다. 우유곽딱지를 선물로 주는 아이와 선물로 받는 아이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쉬는 시간에 2학년 교실에서 표창을 접어서 날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 선생님한테 표창 접는 방법 알려줄 사람?" 했더니 손을 번쩍 든다. 방과후에 표창 접는 방법을 배우면서 함께 접었다. 그리고 표창을 날리는 방법도 알려준다. 오랜만에 하니 잘 날려지지 않는다. 그랬더니 지나가던 2학년 아이가 "야, 니가 선생님보다 조금 뒤에 가서 하면 되잖아."한다. 이 말에 큰 감동이 밀려온다. 잘 못하는 선생님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 발 뒤에서 하니 비슷하게 놀이가 된다.

강선희 명지초 수석교사
강선희 명지초 수석교사

1학기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의 생각을 설문지로 조사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알아보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몸으로 움직이는 놀이인 쌍8자 놀이, 까막술래잡기, 달팽이 놀이, 도토리 팽이 놀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자유롭고 즐기는 활동이다.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가지기도 한다.

언니, 오빠들에게 배우던 동네 놀이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배우는 놀이로 바뀌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하며 놀이 방법을 알려주는 교사, 심판자로서의 교사가 아닌 놀이친구로서, 놀이의 재미에 푹 빠져보는 교사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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