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가가 넘쳐나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던 농촌의 가을 들녘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여름 냉해와 잦은 비로 수확량이 적잖게 감소한 판에 수확 직전에 태풍 '매미'가 몰아쳐 농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루과이 라운드에 이은 도하개발아젠다(DDA)로 농촌은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태풍에다 무역자유화 열풍이 합세하였으니 기반이 약한 농촌이 무슨 힘으로 그 무게를 견디어 낼까.
 쭉정이가 많아서 그런지 들녘의 황금물결도 볼 품 없다. 반타작이라도 해야 할 텐데 젊은이들은 얼추 농촌을 떠나고 노인들이 무거운 벼 가마니와 씨름하고 있다.
 벼베기 품삯도 훌쩍 뛰어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품삯이 지난해 보다 1만원 가량 오른데다 밥값 등을 합치면 남자 7만원, 여자 4만원은 줘야 한다. 농기계 사용료도 덩달아 춤을 춘다. 콤바인으로 벼를 베는 작업료는 2백평을 기준으로 할때 4만2천원~4만4천원으로 작년보다 2~3천원이 올랐고 벼를 말리는 건조비도 40kg 1가마당 1천원씩 받고 있다.
 여기에다 농약값, 비료값 등을 제하고 나면 뼈 품도 안 나온다. 뼈 빠지게 농사지어봤자 본전치기하기도 바쁜게 농촌 현실이다. 조합빚이라도 없으면 그래도 해 볼만한데 집집마다 바위덩이만한 빚을 지고 있으니 농사지을 의욕이 감퇴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논농사 뿐만아니라 밭농사 과수농사도 마찬가지다. 태풍으로 낙과가 심해 수입이 줄어든 데다 인건비는 반대로 올라가고 있으니 말이다. 특화작목에서도 별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니 이러다간 농촌이 무너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시시때때로 든다.
 우리는 말만 하면 '농촌은 도시의 뿌리'니 '농자천하지대본'이니 떠들어 대지만 실상은 본래의 의미를 잃은지 오래다. 농촌과 도시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농사지어 아이들 공부는 커녕 호구지책도 어려운 판이다. 오죽하면 '농자천하지대봉'이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나오고 있을까.
 정부는 그동안 농촌 회생대책을 다각도에서 마련하고 있다. 농촌관련기관에서도 농민소득 증대를 위해 자금지원과 기술지도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농촌은 왜 자꾸 퇴보를 하고 못 사는 것일까. 당국은 여기에 대해 농정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 농촌의 현실과 동 떨어진 것은 아닌지, 탁상공론은 아닌지 고민을 해 보고 실질적인 도움이 가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제는 도시의 부(富)를 농촌에 배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도시와 농촌의 균형이 어느정도 맞기 때문이다. 농촌을 방치해 둔 상태에서의 도시발전은 절름발이 일 수 밖에 없다.
 당장 농촌은 가을걷이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물론 표피적이고 일시적인 도움이나 농촌 일손 돕기에 도시인들이 나서줘야 한다.
 그전에는 벼베기 노력봉사도 많더니만 요즘은 뜸해졌다. 아무리 나 살기가 바쁘다 해도 하루쯤 시간을 내어 농촌봉사활동에 나섰으면 한다. 사회란 더불어 함께 살때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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