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촌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나 최근의 상황은 우려나 피폐의 단계를 넘어 ‘붕괴 직전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느지역 가릴 것 없이 전국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중 농민이 ‘최다’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봉급자나 상인을 앞지르고 있다. 당연히 그 원인은 농가부채의 증가,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가격 하락,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자연재해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 태풍 ‘루사’에 이어 금년에는 ‘매미’가 도내를 강타, 농민들의 영농 의욕을 물론 삶의 의지까지 꺾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농림부가 국회 해양수산위에 제출한 올 국정감사 자료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농협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갚지못해 농지를 경매처분 당하는 농가가 외환위기 전보다 크게 늘고 있다. IMF 때인 98~200년 사이에는 경매처분을 당한 조합원(농민)이 1만1천여명에 불과했으나, 2002~금년 4월 사이에는 무려 3만6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지부 134건 160억원, 청주ㆍ청원농협 48건 12억원, 괴산군지부 20건 27억원 등 총 440여건 3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에 있어 농토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이다. 다른 것은 다 팔아도 농토문서 만큼은 애지중지한 것이 우리들의 농민상이었고 농민정신이었다. 이런 정신이 ‘대자천하지대본’을 낳았고 ‘우리대는 못살았지만 자식대는 잘 살아야 한다’, 맹렬지성의 자녀 교육열을 낳았다. 그런 ‘농심’들이 농토를 경매 처분당하는 심정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쌀농사 구조조정 정책’이 다시 한번 농민들의 마음에 ‘못질’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6㏊이상 대농 10만 안팎의 가구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은 쌀농사 규모화 내지 엘리트 농업인을 선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쌀농업 인구는 어림잡아 100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정부정책 계획대로라면 나머지 90만 농업인구는 희생양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래 가지고는 한국의 농업ㆍ농촌은 머지않아 뿌리 자체가 흔들리거나 해체될지 모를 일이다. 익히 알다시피 우리 농민들은 사회 적응력이 매우 약하다.
 물론 정부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적응력이나 경쟁력이 없는 농민들에게 “정부 정책이 이러니 알아서 하라”는 식은 ‘선정’을 베푸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정부나 충북도에 보다 정밀한 농업 패러다임을 주문하고 싶다. 그것은 소득 안정망 장치를 품목, 농가별로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작목이 유망하다’며 이를 전국 농업인들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권했다. 물론 이런 패러다임은 농민들에게 빚더미만 안겨줬다. 정책 방향을 달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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