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출신인 시인 오장환(吳章煥)은 해방이 되던 1945년 12월에 '병든 서울'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여 한국시단의 큰 관심을 끌었다. 광복의 기쁨이 전국을 뒤덮던 시대에 그는 역설적으로 해방과 더불어 찾아온 분단조국의 아픔, 부패와 분열을 '병든 서울'이라는 작품으로 형상화 하였다.
 물론 이 작품에서 말하는 '병든 서울'이라는 의미는 포화상태로 치닫는 수도의 공간적 구조를 지칭하기 보다는 시대의 아픔을 더 극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인구 몇백만 정도의 서울이 당시에도 만원사태를 빚어 병들었다는 작가의 시각은 대단히 선구적인 입장이다.
 인구 1천만명을 웃도는 서울은 포화상태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교통, 주택, 학교 등 공간구조에 있어 한계를 초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대기오염에 신음하고 있다. 서울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만큼 건강성을 잃고 있다.
 이제 도시는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라도 기능별로 육성되고 분산돼야 한다는 명제에 이르게 된다.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DC, 호주의 시드니와 캔버라, 브라질의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 등 투 톱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도시공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온 것이다.
 서울이 과밀사태를 빚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경제력의 70%가 서울에 몰려 있다. 수도권의 지역총생산(GRDP)은 전국의 48%를 차지하고 100대 기업의 수도권 집중도는 무려 91%에 달하고 있다. 문화의 서울집중 현상도 매우 심각하다.
 세칭 '서울 공화국'이란 말은 이래서 나온 말이다. 앞으로의 도시개발 패러다임은 '서울 공화국'의 탈피를 대전제로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들이 서울에 몰려있으면 지역은 어떡하란 말인가. 도시의 부익부, 빈익빈은 극복해야 한다. 지방 분권화라는 명제 앞에 참여정부가 약속한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은 필히 지켜져야할 국가대사다.
 그런데 행정수도 이전의 법적근거가 되는 '신행정수도특별법' 국회 통과가 아무래도 미심쩍다. 민주당이 분당되는 등 정치기류가 심상찮은데다 충청권 의원의 숫자가 적어 국회 통과의 관문인 건설교통위 통과부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적잖은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은 범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반대논리의 극복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정부의 예정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 최종 입지를 선정하고 2007년 하반기에 도시및 청사건설에 착공하며 2011년 정부기관 이전과 주민입주가 시작되는 것으로 돼있다.
 우리는 정부의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국회에서 특별법과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수표에 그치고 만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은 충청권의 표심을 잡는데 큰 변수가 됐다.
 이 공약은 '아니면 그만이고'하는 식의 여타 공약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그야말로 국가의 장래와 명운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무게가 남다르다.
 그런 중대한 공약을 행여 선거용으로 써 먹거나 반대논리에 막혀 중간에서 슬그머니 용도폐기한다면 결과적으로 충청권만 우롱한 셈이 된다.
 '행정수도가 진짜 충청권으로 오는 거여?' 충청권의 민심은 이 사업에 대해 행여 짝사랑이 아닌가 조바심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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