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활속에서 잠시 떠나 지인들과 낙엽진 늦가을의 휴일 산행에 나서자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짙은 안개가 충북알프스의 대자연을 포옹하며 맞이 했다.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다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니 안개가 짙게 깔린 계곡 사이로 희미히게 보이는 기암괴석과 그 척박한 바위 위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뒤틀린 소나무가 하나로 어우러진 풍경은 한폭의 산수화로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안개를 대자연은 이토록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풍경도 잠시, 안개를 걷어낸 햇살은 억겁을 버텨온 기암괴석에 덕지덕지 붙어 자라고 있는 이슬 먹은 이끼들에게 또다른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며 자연속에서 모두가 하나임을 산을 찾은 사람들에게 교훈하고 있다.
 “소나무와 칡덩굴/ 한데 얼려서// 괴로운 줄 모르고/ 함께 살아요.// 소나문 칡덩굴 업고/ 칡덩굴은 소나무 안고// 견디며 더 자라라/ 굳게 산대요.// 업고 안고/ 하늘 향해/ 산대요.ㅡ(이남수 작·하늘 향해살기).”
 이 동시에는 시인의 삶에 대한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소나무와 칡덩굴의 생존방식을 통해 시인이 꿈꾸고 있는 인간의 화해와 공존 정신을 일깨우고자 한 것이다. 즉, 더불어 살아가야 할 당위와 ‘하늘’로 상징되는 우주 질서에 대한 지향을 현대인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인 박홍원은 그의 동시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이라든지 애정어린 안목은 도시에 살면서도 자연을 잃어버리지 않는 순박성과 진솔성에 바탕할 것일 터이니 오늘날과 같은 혼잡하고 현기증 나게 돌아가는 산업사회 속에서 청정해역이나 공해에 초연한 전원을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시인의 시세계에서는 나무·꽃과 같은 식물, 또 개·고양이 같은 동물, 해·달·별·구름과 같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똑같은 인격을 갖고 어우러져 살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세계이다.
 지난 11월 25일.
 대통령이 주재하여 국내·외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온갖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막중한 국무회의는 시인의 세계와 정치인의 세계가 다름을 여실히 확인케 했다.
 대통령 “개와 고양이가 만나면 싸우는 이유를 아는가.”
 장관들 머뭇 ….”
 대통령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들고 살랑살랑 흔들고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내리는데, ‘고양이과 짐승’들은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빳빳하게 들고 공격자세를 취하고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딱 내린다고 한다.”
 이어 “개와 고양이가 만났을 때 개가 꼬리를 치켜들면, 고양이는 ‘어 해보자는 거냐’라고 받아들이고, 반면에 개는 꼬리를 내린 고양이를 보며 ‘너 긴장했냐’라고 반문한다”
 장관들 “폭소.”
 이에 대해 개띠인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고양이과인 호랑이띠로, 특검법 거부에 따른 서로의 입장을 비유한 것 이라는 추측보도가 이어진다.
 서로가 업고 안고 괴로운 줄 모르며 사는 소나무와 칡덩굴과는 달리, 우리의 정치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개와 고양이는 언제나 싸우지 않고 어우러져 살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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