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당들은 정치지도자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물러난 후, 노무현 대통령 사람들이 민주당을 포기하고 새로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냉정히 보면 한국정당 조직의 미발전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발전된 조직이란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 조직의 유기체적 성질인 제도화로 생존해 나가는 것이다. 마치 은행에서 직원이 한사람 빠지면, 그 자리를 누구나 와서 메워주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새로이 당대표를 선출하였다. 대의원 투표과정을 거쳐 나이 많은 조순형 후보가 연소한 추미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추후보와 대비시켜 보면 조당선자는 구세대에 속하는 인물이라 생각된다. 민주당은 조대표를 선출하여 김대통령 시절보다는 더 보수적 이미지로 가는 것 같다. 추후보가 당선됐다면 민주당은 젊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한편 박상천 대표 체제를 넘어 새인물을 선출한 것은 민주당이 호남당의 색깔을 지우는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제 분당 이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이념 성향에서도 선이 그어졌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열린우리당은 김근태 원내대표를 선택하고, 진보 성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가 단식투쟁을 강행하고 있다. 60대 중반을 넘은 나이의 최대표가 단식투쟁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단식중단의 명분을 쌓으려면 적어도 최대표가 단식의 후유증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시점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노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는 경우에나 해결 방법이 나온다. 건강하지 않으면 함부로 단식투쟁을 할 수 없는 것인데, 최대표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국회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 대표가 국회를 이용하지 않고 극단적인 시위를 선택한데 대해 지지를 못하고 있다. 대의 민주정치체제란 국회의석으로 결정되는 것이니, 최대표의 단식에 박수를 보내기가 걸끄러운 것이다. 오히려 단식은 최대표가 구태의 정치를 몸에 익힌 기성정치인이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만 같다.
 자민련은 김종필씨 외에 대안이 없다. 이인제대표 가능성은 실패했다고 보이며, 그 이유는 김종필씨를 극복하는 카리스마를 보이지 못한 때문인 듯 싶다. 결국 자민련은 김종필 개인 정당의 색깔이 굳어져, 어떤 지도자를 내세워도 이미지 탈피는 어려운 상황이다.
 변화의 시점에 이제 우리도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을 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여당은 대통령에 의존적이어서 정당 조직의 제도화가 어렵다. 야당은 보수 지도자들에 의해 조직 이미지를 굳혔고, 또 굳혀가고 있다. 4당 모두 전통적 한국정치 틀을 유지해 나가고 있으며, 정치제도화는 당분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개혁을 추진한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였으나 어디에서도 가능성의 작은 단서나마 찾을 수가 없다.
 다만 한가지 향후 현재 지도자들이 후임에 의해 바뀌게 될 때 정당원들은 경솔하게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도자들의 색깔로 확인된 정당의 이미지를 고려한다면, 향후 정당들은 조직 발전방향과 이미지를 정당 이념과 정책에서 찾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 충북대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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