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부처별 조직개편과 기능혁신을 나름대로 추진해온 가운데 외교통상부 내부통신망에 부정부패를 ‘고백성사’하는 글이 올랐다고 한다. 두달전부터 본청과 해외공관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리 사례 등 외교부 직원 실명의 고백.고발성 글이 잇따르면서 격론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그간 알려진 비밀처럼 항간에 떠돌던 공직 비리 추문들이 현실로 자백되는 것을 확실히 듣게 되는 국민들의 심정은 억울하고 한심할 뿐이다.
 
 외교직 공무원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자는 의미에서 자신들의 치부를드러낸 것은 용감했다. 자체개혁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욕구 분출로 볼 수 있다. 타부처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들이 고백한 부정부패의 사례로 ‘사적인 모임에 공금 법인카드 쓰기’ ‘출장기간 부풀리기’ ‘출장자 허위계상 차액 챙기기’ ‘해외공관 만찬참석자 부풀리기’ 등이 들춰졌다. 한 공무원이 “사사롭게 밥먹고 술마신뒤 법인카드 전표를 내미는 상사들, ‘우리도 못할 게 있느냐’며 작당해 공금으로 밥 먹는다. 나도 더러워졌다”라며 자책한 글도 공개됐다. 내외직 간부들 가운데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대상은 거의 없어 슬펐다고도 했다.
 
 때마침 검찰이 전직 홍콩주재 이모 영사를 구속했다. 1년간 조선족과 중국인 부적격자 265명에게 비자를 발급해주면서 2억원 이상 뇌물을 받은 혐의라고 한다. 공무원들이 밥장사 술장사로 돈을 챙기는 것도 부족해 외국인 상대로 비자장사까지 했다니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검찰이 다른 공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례마다 일벌백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같은 외교직 공무원들의부패와 비리는 기업체와의 민원관계가 있는 부처나 권력기관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지 모른다는 지적도 새겨 들어야 한다.
 
 공금을 공돈처럼 사사롭게 낭비하는 공무원은 공직을 떠나야 한다. 돈보다는 국민에 대한 봉사를 공직의 보람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가.
 더구나 노장청 가릴 것 없이 실업사태가 큰 문제로 부각돼 있는 상황 아닌가. 만약비슷한 처지의 타국 공무원에 비해 급여가 적다면 다소 현실화시켜주는 대신 공직수를 줄이고 부정과 비리는 엄벌해 나가야 한다. 외교부는 이번 기회에 공관장 등의도덕성과 지도력 등을 엄정 평가한뒤 환골탈태해 이 나라를 안팎에서 일과 명예로대표할 1등 부처가 되기를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도 “변화가 화두인 시대에 정부혁신이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이 노는 물이 국민들인만큼 우리 각자도 뇌물등으로 공직부패를 조장하거나 비리를 눈감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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