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이면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새해전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이 새해전망이 실제로는 별로 인기가 없다. 전망의 정확도가 떨어져 소위 전문가들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남북문제를 포함하는 국제정치 부분은 정확도가 유난히 낮다.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국가간 관계가 신의, 동정, 예의 등 인간사회에서 지켜지는 가치들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적절한 전망이 제기되는 경우,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은 대책을 마련하게 되므로, 현실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전망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알고 있는 필자지만 새해를 맞아 북한핵 문제 전망을 통해 거짓말쟁이가 되려 한다. 얼마 전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이 핵 포기 결정을 내리며, 북한의 핵포기를 권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엊그제는 중국의 고위관료가 북한을 방문한 후 2차 6자회담 개최를 양국이 협의했다고 밝힌 바도 있었다.
 카다피 대통령은 매우 영리한 선택을 했다. 후세인의 운명을 본다면 카다피 결정은 타당하다. 또한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설득에 대해 북한이 지속적인 거부를 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이라크 상황을 호전시키는 경우 북한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일본자민당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더 우경화하고 있는 것도 북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편 북한의 경제는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금년 추수는 늦은 태풍으로 작황이 좋지 못하며, 식량위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국제기구의 대북지원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원국가와 단체들의 피로와 싫증이 발생하는 심각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려고 할까? 불행히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새해에 북한의 핵포기 선택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에게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본질적으로 경쟁하는 적이 있다. 특히 북한이 핵포기 조건으로 요구하는 미국과의 동시 상호조치는 내용상 미측의 수용이 어렵다. 동시조치란 북한의 핵포기에 앞서 미국이 충분한 대북지원을 선행시켜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이 요구가 안보위협 극복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방안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선핵포기를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북한의 불량국가 역할이 전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패권 유지를 원하고 있으며, 반테러 전쟁을 선언한 상태이다. 이라크, 리비아가 없는 가운데 미국의 정의감을 펼쳐 보이기 위해서는 누군가 악한 상대가 되어주어야 한다. 북한까지 사라지면 미국의 역할은 어떻게 되겠는가. 따라서 미국은 서두르지 않고, 세계전략 차원에서 대북 핵포기 압력을 점진적으로 가중시켜 갈 뿐이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에서 미군철수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을 아직은 원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북핵 문제에 대한 필자의 새해전망은 간단하다.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는 새해에도 미국과 북한이 양보하지 않는 가운데, 우리국민과 정부를 괴롭힐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전망은 맞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혹시 우리정부 관계자들이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준다면 필자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 충북대 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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