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장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후 청주공항 국제선 입국장 검역소에서 중국 닝보를 떠나 청주에 입국하는 탑승객들의 발열상태 등을 열화상카메라로 확인하고 있다. / 김용수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후 청주공항 국제선 입국장 검역소에서 중국 닝보를 떠나 청주에 입국하는 탑승객들의 발열상태 등을 열화상카메라로 확인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독자편지 정석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시 발생해 보건 당국이 초비상이라고 한다. 3년 전 워낙 혼쭐이 나 이번에는 비교적 차분하고 신속한 초동대처가 이뤄져 다행히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재발한다면 이번에는 떻게 대처해야 할까. 평시의 한국 의료체계는 해외에서 배움을 자청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환자 입장에서 뛰어난 서비스를 이렇게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흔치 않으며 심지어 '의료한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이는 전 국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시장 경쟁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공공의 통제 장치를 함께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전 메르스사태처럼 전염성 질환 유행과 같은 긴급 시에도 이런 경쟁 체제가 잘 작동할지는 여전히 의문시 되고있다. 각 병원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공공의 건강에도 이바지한다. 하지만 전염성 질환은 환자를 유치하면 유치할수록 병원으로서는 손해가 커지며 삼성병원처럼 명성에도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병원 그 자체가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전 메르스 유행시, 여러 병원이 '우리 병원은 메르스를 진단할 수 없다'거나, '메르스 환자가 다녀가지 않았다'는 문구를 정문 앞에 써 붙이기도 했다.

한국 의료역사는 '새로운 분기점'에 서있다. 어느 의대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숙주는 낙타가 아니라 구태의연한 과거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였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과거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역설적이게도 '보건의료가 우리 국가와 공동체를 떠받치는 매우 중요한 공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나아가 의료 공급의 주체가 민간병원이건 공공병원이건 공공의료의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을 더욱 깨달았다. 3년전 메르스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의료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먼 훗날 한국의료의 역사가 '메르스 이전'과 '메르스 이후'로 나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유비무환의 자세로 힘을 합쳐 다시 사회적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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