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던 제 16대 국회의 문도 이제 서서히 닫혀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는 우리의 정치사에 또다른 한 획을 긋고 말았다.
 탄핵의 역풍은 3김의 한 축을 끈질기게 붙들고 40여년 이상의 정치생명을 이어오면서 “서산을 붉게 물들이고 떠나겠다”고 호언장담 했던 ‘자의반 타의반’의 풍운아로 영원한 제 2인자이며 노회한 정치인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타의’로 정계를 은퇴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민주당에서 분가한 후 노무현 대통령과의 코드가 맞는다며 ‘정신적 여당’임을 자처했던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며 ‘정신적’에서 ‘실질적’여당으로 자리굳힌 것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가져온 산물중 하나다.
 여당이란 정부의 편인 정당을 말한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국정수행을 국회차원에서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때론 국정의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정당이며 또한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을 말한다.
 반대로 야당은 정당 정치에서 현재 내각을 조직하지 않았거나 행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정당이다.
 우리나라의 헌정 반세기 동안 여당이나 야당을 막론하고 수 많은 정당들의 부침이 있어 왔다.
 그러나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의 대립속에서 이념 정당들이 앞다투어 창당되었으나 시대적 조류에 휩쓸려 창당문서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소멸되거나 권력의 우산속으로 이합집산하면서 단명하기 일수였다.
 오죽하면 노무현 정부의 실질적인 여당이된 열린우리당의 관계자도 ‘열린우리당은 잡탕 당’이라고 지적했을까.
 그동안 우리의 정당 정치는 정권이 교체되면 전임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가 이어지면서 여당은 언제나 ‘대통령 당’이었다. 따라서 대통령이 바뀌면 ‘대통령 당’이었던 여당은 대부분이 소멸되고 말았다.
 이같은 여당들의 소멸은 확실한 정체성속에서 정책정당으로 담금질되지 못하고 권력의 우산속에 안주하여 ‘시원하시겠습니다’로 시작된 이후 줄곳 ‘달콤한 꿀’만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가 무너지면서 자유당이 침몰했고 박정희 정권이 운명을 다하자 공화당도 사라졌다. 3당 합당의 유산물인 노태우 정권이나 김영삼 정부, DJP 연합의 김대중 정부도 ‘대통령 당’의 여당만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 시키며 김대중 정부에 이어 여당의 뿌리를 확고하게 내리려고 애썼던 민주당은 내부갈등속에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과 함께 분당으로 치닫으면서 4·15 총선의 패배로 문패마져 고수하기도 힘든 상태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의 뿌리는 깊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꽃 피고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했듯, 여당이든 야당이든 또 진보가됐던 보수가됐던 정체성이 확실한 정당들의 뿌리가 깊어야 국가발전과 민생을 위한 정책도 마련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 정치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의 당선자 워크숍이 한창이다. 구호만 요란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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