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지난해 8월 ‘SK비자금’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들어간지 9개월만이다.
 수사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 검찰이 내린 결론은 불입건 조치다. 노 대통령의 측근이나 한나라당 선거 관계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형사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검찰은 노 대통령이나 이 전 총재가 자금 모금 등에 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초반 정치적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어온 뿌리깊은 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어느 정도 끊어내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어왔다.
 검찰은 특히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성역없는 수사원칙을 거듭 다짐하면서 노 대통령주변의 불법자금을 심도 깊게 파헤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내보여왔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와 격려도 모았다.
 그러나 수사가 종반에 접어들어 재벌 총수들과 노대통령, 이 전총재에 대한 책임문제로 접근하면서 검찰이 내보인 행보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여야 진영의 정점에 있었던 노 대통령과 이 전 총재에 대한 검찰의 불입건 조치는 지금까지의 수사성과 전체를 스스로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의 문턱까지 갔었던 전 야당총재를 대상으로 한 수사과정에 검찰이 정치적 현실 앞에서 많은 고민에 휩싸였으리라는 정황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재벌 수사에서도 역시 국가경제의 현실을 놓고 갈등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과거의 검찰이 권력 앞에서 해왔던 것과 같은 그런 수사 외적인 고려에서 벗어나 달라는 것이었다.
 엄정한 사법적 판단을 통한 과거와의 단절에 대한 기대였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고려의 배제는 종국적으로 검찰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판단기준일 수 밖에 없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를 멍들게해온 과거의 부패구조에서 끌어내 맑고 투명한 사회로 변모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찰도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보면 검찰수사 결과는 성공보다는 실패쪽에 훨씬 가깝다.
 정치권과 재계를 망라한 이번 대선자금 수사는 구체적인 수사내역뿐 아니라 상징성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불법자금을 주고받은 과정에 간여한 실무진들과 수하들을 엄정하게 사법처리하면서 정작 일부 재벌 총수들과 노 대통령, 이 전총재에 대해서는 사실상 법적 판단을 방기한다면 여기서 검찰이 내놓을 상징성은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에 깊은 칼집을 낸데 자족할 지 몰라도 그보다는 정·재계 수뇌에 대한 비형평적인 선별 처리로 면죄부만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간 기대와 격려를 모아준 국민 앞에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고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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