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예술경영학박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인도네시아 대통령 국빈방한 공식환영식을 마친 후 인니측 인사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2018.09.10.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인도네시아 대통령 국빈방한 공식환영식을 마친 후 인니측 인사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2018.09.10. / 뉴시스

[중부매일 문화칼럼 이창근] 지난 9월 10일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 당시 창덕궁에서 열린 국빈방한환영식이 화제다. 정상들의 방한기간 중 부대행사로 진행된 경우는 있었지만, 궁궐이라는 장소에서 궁중의례와 궁중무용을 결합해서 치른 국가의전으로는 처음 개최한 공식 환영식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각국 정상들의 방한 시, 궁궐에서의 행사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정부 시기였던 2014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환영식은 청와대에서 진행됐지만 조선의 법궁이었던 경복궁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었다. 같은 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서는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창덕궁을 산책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달랐다. 직접 국빈을 영접하는 공식 환영식을 궁궐에서 개최했다. 이는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국빈방한 환영식을 궁궐에서 개최한다면 우리의 찬란했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유산을 세계인들에게 알려 문화적 자부심을 드높일 기회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라의 손님인 국가정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왕궁이었던 장소에서 최상의 예우로 영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는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문화재 활용은 국가브랜딩이기도 한 것이다.

필자는 과거에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 진흥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 재직 당시, 문화재 활용사업과 궁궐의 축제 그리고 여러 국가경축행사를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발표했던 논문에서 국빈방한 환영행사를 궁궐로 옮기고 정상만찬의 음식과 공연, 기념품 등 모든 요소에 우리의 정신문화가 담긴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도출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국가의례를 집대성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의 다섯 가지에는 길례, 가례, 빈례, 군례, 흉례가 있는데, 이 중 빈례(賓禮)가 외국에서 온 사신을 접대하는 의례다. 문헌에는 외국사신을 궁궐의 정전에서 영접하고 경회루 등에서 연회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국빈방한 환영행사를 자국의 궁전에서 개최한다. 문화유산이기도 한 궁전에서 국빈방한 환영행사를 거행함으로써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인 것이다.

창덕궁에서의 공식 환영식 중 조선시대 궁중무용을 총괄지도했던 김영숙 (사)정재연구회 예술감독에 따르면 "조선시대 국빈을 환영하는 사신연에서 올려졌던 궁중무용을 원용하여 우리의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전할 수 있는 기회에 동참해서 뜻이 깊었다"며, 필자에게 그날의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이창근 문화기획자·예술경영학박사
이창근 문화기획자·예술경영학박사

문화예술과 콘텐트의 원천은 우리의 역사, 전통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유산은 국격 제고의 근간이자 백미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의전은 그 자체가 국가브랜딩의 핵심적인 역할로 전 세계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리고 품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인도네시아 대통령 '국빈방한 환영행사'가 남긴 큰 의미이자 지속 발전시켜야 할 과제인 이유다.

조선시대 국빈영접의례인 '빈례'의 의례절차는 물론 음악과 춤, 복식 그리고 잔치에 쓰인 음식과 기물까지 세밀한 고증 연구와 복원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문화를 찾고 위대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문화적 자부심의 재현'이 필요하다. 지난 국빈방한 환영행사는 국방부가 중심이 되어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제 각국 정상들의 방한부터 환영식, 정상만찬, 문화프로그램 등 모든 일정에 문화적 요소가 담긴 매뉴얼로 종합계획이 담긴 '현대판 사신연 의궤'는 시대적 요구다.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쳐 국가의전의 문화적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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