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무생물이 아닌 생물’로 주변 정치환경에 따라 의견과 주장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다치더라도 신행정수도와 관련, 박 대표가 보여온 말과 행동은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더욱이 신중과 무거움을 ‘제 1의 정치 덕목’으로 내세웠던 박 대표였기에 그 실망의 강도는 더 크다.
박 대표는 4개월전 충북지역 총선지원 유세중에 "특별법이 충청권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협조로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일정대로 신행정수도 건설이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4당 총무 합의에 의해 제출된 신행정수도 특위 구성안에 대해 70명 동료의원과 함께 분명히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특위 구성을 다시 제안하고 있다.
때문에 당시 ‘신행정수도 특위’와 박 대표가 제안한 ‘수도이전특위’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의 ‘적극적인 협력’과 ‘소신있는 반대’가 지금와서 왜 ‘졸속’이 됐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런 흐름 때문에 혹시 박 대표가 신행정수도를 이른바 ‘대권 방정식’으로 풀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면 총선후 신행정수도 반대론을 처음 제기한 곳은 한나라당이 아닌, 이른바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보수 메이저 신문이었다.
이후 한나라당은 이들 메이저 신문의 반대론에 동승,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대표는 충청권의 민심을 얻으려면 메이지신문 보도이후 갑자기 ‘반대’로 돌아선 이유를 보다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