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오늘도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을 기다리는 환자들로가득 넘친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적인 수술 결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걱정거리로 잠을 뒤척일지 모른다. 수술 중 자신에게 수혈된 피가 과연 병력이 없는 헌혈자의것인지 불안해서일 것이다. 70대 노인이 동성애 경력이 있는 헌혈자의 피를 수혈 받은 뒤 에이즈에 감염됐고 부인까지도 2차 감염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그들의 심정이 편할 리 있겠는가.
수술 환자에 필요한 수혈용 혈액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간염이나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의 유통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에이즈나 간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혈액 2천381건이 수혈용으로 공급됐으며 올해 4월에는 수혈에 의해 B, C형 간염에 걸린 환자가 9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검찰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혈액마저 유통된 사실과 그 중 일부가 수혈용으로 쓰인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이 터질 때마다 보건당국은 대책을 제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여전하다는 것이 최근 사례에서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도 당국은 개인헌혈자의 헌혈 확대와 등록 헌혈제 활성화 등 채혈과정에서 부터 안전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러번 헌혈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헌혈마일리제 등 대책도 내놨다. 대책 제시는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다.
오염된 혈액이 엄연히 유통되는 현실 속에서 근절시키려는 노력을 한시라도 늦춰선 안된다.
그동안 혈액사업 주체인 대한적십자사가 혈액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관리부처인보건복지부가 감독을 소홀히 해온 것은 사실이다. 복지부 사무관 혼자서 혈액관리업무를 맡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다. 복지부 내에 혈액관리 전담부서를 두고 혈액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헌혈자에 대한 병력이나 약물복용 여부 확인 등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보다는 의사에게 맡기도록 해야 한다. 수혈용 혈액의 정밀 검사가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것들을 하루 빨리 실행하는 것만이 보건당국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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