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 산학협력단장

금모으기 운동이 전개됐던 1998년 1월 12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는 접수창구가 개설됐다. 주병덕 당시 충북지사가 캠페인에 참여해 귀금속을 접수하고 있다./중부매일 DB
금모으기 운동이 전개됐던 1998년 1월 12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는 접수창구가 개설됐다. 주병덕 당시 충북지사가 캠페인에 참여해 귀금속을 접수하고 있다./중부매일 DB

[중부매일 경제칼럼 노근호] 지난해는 외환위기 20주년을 맞는 해였다. 올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든 지 10년이 되는 해다. 이는 10년 주기 경제위기설 확산의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과 함께 다시 부각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경제는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성장엔진이 식어가면서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기업 활동의 어려움(기업 여건)' 항목에서 2013년 39위에서 8단계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2008년 36위였던 기업 효율성은 2016년 48위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4위로 개선됐지만 올해도 43위에 그쳤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 시행으로 연평균 근로시간(25위→10위) 항목은 개선된 반면 생산성(35위→39위) 항목은 오히려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급속한 고령화와 서비스부문의 낮은 생산성, 노동시장 왜곡과 같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2%대 초반, 2030년대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보장제도 강화와 생산성 향상, 노동시장 참여 확대 등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혁신성장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 8월 정부는 혁신성장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확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성이 커진 플랫폼 경제를 토대로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고 경제체질·생태계 혁신을 촉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에 3대 전략투자 분야와 1만 혁신인재 양성에 1조5000억 원, 8대 선도 사업에 3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 정책만 부각되면서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초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두 축이었다. 대체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인 양 부문의 선순환 고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이 지역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를 살피는 일이다. 승자독식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지금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대기업 위주여서 지역과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중소·벤처기업들이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한국판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퇴지역)를 경험하고 있다. 중후장대형 산업이 밀집된 해안 중심의 지역들이 무너지고 있다. 개발연대부터 고착화된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은 수도권, 공장과 생산 기능은 지역이라는 산업입지 구조가 원인이다. 이로써 첨단지식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경제의 악순환이 지속되어 왔다. 지역은 인건비에 좌우되는 단순 제조공장의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구조, 중소·벤처기업들의 기술경쟁력, 산업의 고용창출력 등을 감안해서 혁신성장의 과실이 지역에 떨어질 수 있도록 맞춤형 상세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요 지역에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VR), 첨단 디자인 기능을 담당할 혁신성장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모델로 무장한 지역 중소·벤처기업을 혁신성장의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근호 청주대 산학취·창업본부장 / 김용수
노근호 청주대 산학취·창업본부장 / 김용수

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이 명품 강소기업으로 거듭나 젊은이들이 앞다퉈 찾는 직장이 되고 여기서 젊은 꿈들을 펼쳐질 수 있어야 지역 활력이 살아난다. 지역정책의 논쟁 구도는 '효율 vs 형평'이 아니라 '지방생존 vs 지방소멸'로 옮겨간 상황이다. 디테일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바텀업(Bottom-Up)의 자기주도형 혁신 방안들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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