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 클립아트코리아
한반도 지형.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중부시론 류연국] 한반도는 대륙으로 이어져 있는 땅이지만 사람들은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해서는 지나갈 수 없었다. 마치 섬에 갇혀 사는 것처럼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만 대륙의 도시로 여행할 수 있었다. 백두산에 가는 것조차 그랬다. 남북이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에 이어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이 섬나라같은 처지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이어진 한반도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유라시아 대륙으로 우리의 역량을 펼쳐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이제는 실현 가능한 일이 될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정상회담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서 남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고 했고 세번째 정상회담에서는 더욱 구체화 되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한다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발표했다.

동해선은 나진 하산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되며 경의선은 신의주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된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남북이 철책선으로 갈라진 후에 섬나라나 다름없었던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물동량을 배에 싣거나 비행기로 실어 나르지 않고 직접 컨테이너를 기차로 운송할 수 있는 육로형 운송구조를 갖는 경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 10 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력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우리 경제는 인접한 중국의 동북3성과 극동러시아가 가까운 시장이 될 것이며 이들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지하자원, 특히 천연가스는 에너지 단가를 낮추게 되고 원자재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기 전에도 북한을 통해서 러시아의 가스관을 연결하는 일이 거론되곤 했었다.

남북 철도의 연결은 우리만의 이익이 아니다. 북한은 물론이고 한반도 북방지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어 신흥 경제권역으로 부상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동북 3성은 중국의 평균보다도 대외개방도가 낮은데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동북3성과 연계해 중국 평균으로만 발전해도 현재의 GDP보다 500조 원 이상 성장하게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있다. 러시아의 극동지방은 유럽에 속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지만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직접 투입되게 되면 경제발전이 가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대륙을 향한 교통정책을 보다 치밀하게 연구하고 이들 국가의 교통 분야 기관이나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센터가 필요한 적절한 시점에 한국교통대학교가 '유라시아 교통연구소'를 연다. 교통연구소는 유라시아 대륙 교통관련 DB를 구축하고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등 유라시아 국가의 교통대학과 연구를 통해 네트워크 구축방안, 철도와 관련된 각국의 법률과 제도, 정책 등을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철도·교통망 구축과 재정 투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고 한다. 또한 북한의 평양철도대학과도 상호발전을 도모하기위한 업무협약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러한 대학의 기초 연구는 정부의 정책입안과 결정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되는 선언들을 크게 미더워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분단 이후 처음 이루어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리도 변했고 북한도 달라졌다. 실망을 적게 하려고 기대를 낮출 필요는 없다. 과거의 불신과 실망이 아직도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지만 우리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룬 것처럼 지금의 남북관계도 그러리라고 낙관적으로 보아도 좋을듯하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이제 우리 후손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철도의 다리를 놓아 좁디좁은 섬을 나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섬에 사는 것처럼 살고 있지만 대륙으로 연결된 기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의 한가운데로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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