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10.07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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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공장의 가동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공장의 가동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박상준 칼럼] 기업도 사람처럼 운명이 있다면 SK하이닉스만큼 가혹할 만큼 온갖 풍상(風霜)을 겪은 기업도 흔치않다. 지금이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복덩어리'가 됐지만 초년 운이 시원치 않아 생사가 불투명했고 하마터면 해외에 입양(매각)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세차례 고난극복을 통해 성장해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겨울이 첫 고비였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반도체가 공급과잉 사태를 빚자 현대와 LG의 반도체 빅딜을 추진했다. 빅딜압박을 받던 LG 구본무 회장은 불가피하게 매각할 바에는 제값을 받겠다며 LG반도체를 6조5천억 원에 내놓았다. 하지만 정몽헌 현대 회장이 1조원에 사겠다고 버티면서 빅딜은 장기화됐다. 결국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의 중재로 LG반도체는 2조6천억 원에 현대 품에 안겼다. 이로써 LG의 핵심사업 부문이 정치 논리에 의해 반 강제로 경쟁회사에 넘어갔다. 현대는 반도체를, LG는 현찰을 손에 쥐었지만 빅딜은 양 그룹에 '악몽'이 됐다. 현대반도체는 인수 대금을 치르느라 자금난에 빠졌다. LG 역시 매각대금으로 데이콤을 인수했지만 밑지는 장사만 했다. 정부 반시장경제정책의 후유증은 컸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 못한 현대반도체는 부실을 견디지 못해 10조원의 빚을 지고 워크아웃 기업으로 추락했다. 두 번째 고비였다. 회사명이 '하이닉스'로 바뀌었고, 수차례 매물로 나왔으며 만성 적자로 혈세만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하이닉스가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대중공업과 STX그룹이 입질에 나서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헐값인수에 나섰으나 모두 무산됐다.

하이닉스 임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으로 재기를 노렸으나 주인 없는 기업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세 번째 고비가 전환점이 됐다. 벼랑 끝에서도 끈질기게 버티던 하이닉스는 2012년 반전이 운명처럼 찾아왔다. 내수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찾겠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으로 하이닉스를 3조4267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는 날개를 달았다. 반도체 슈퍼호황을 타고 사상 최대인 30조원 매출과 1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9년 만에 청주시에 법인세를 내는 감격을 누렸다. 한해 영업이익이 인수대금의 네 배가 넘을 만큼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기록한 45%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의 9배에 달하는 꿈의 이익률이다. SK는 현대와 LG가 놓친 하이닉스반도체의 진정한 수혜자가 됐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재도약에 나섰다. 사흘 전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반도체라인 M15를 청주공장에서 준공했다. 무려 15조가 투자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서 "청주공장은 올해 말까지 1천명, 2020년까지 2천100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할 것이며, 협력업체의 신규고용 인원도 3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 한다"고 말했다.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높은 실업률에 충격을 받은 문재인 정부에겐 청주공장 증설 만큼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도 이날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다. 최근 반도체시장은 D램은 물론 낸드 플레시까지 가격약세를 보이고 여기에 중국등 후발업체들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거세게 추격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에서 사용되는 서버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주공장 증설은 이들 업체와 '초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 전략이지만 그렇다고 미래가 늘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치킨게임(상대가 파산할 때까지 가격경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이 반도체시장이다. 그만큼 치열한 서바이벌게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대만업체등과 전쟁을 치르며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초일류기업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릇된 선택을 하면 공룡처럼 소멸된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SK하이닉스 청주공장 바로 앞에 있는 지웰시티는 한때 근로자 7천명이 일했던 동양최대의 방직공장인 '대농'이 있던 자리다. 대농 월급날에는 청주가 시끌벅적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청와대가 친기업적이라고 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업은 간섭하고 두들기면 움추리고 의욕을 복 돋우면 일자리가 생긴다. 문 대통령은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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