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배려. / 클립아트코리아
배려.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기고 유종열] 배려는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것이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나누는 삶을 말한다. 그러기에 배려는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은 아름다운 얼굴보다 낫고, 아름다운 행위는 훌륭한 예술품을 감상하는 이상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배려하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마음만 있으면 가슴을 통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의 평범했던 한 여류작가가 조그만 점포를 열었을 때, 장사가 너무 잘 돼 트럭으로 물건을 공급할 정도로 매출이 매일 쑥쑥 올랐다. 그에 반해 옆집가게는 파리만 날렸다. 그때 그녀는 남편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우리 가게가 잘되고 보니 이웃 가게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에요. 이건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고 신의 뜻에도 어긋나는 것 같아요" 남편은 그런 아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후 그녀는 가게 규모를 축소하고 손님이 오면 이웃가게로 보내주곤 했다. 그 결과 시간이 많게 되었고 평소 관심이 있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빙점(氷點)'이라는 소설이었고 그녀는 '미우라 아야꼬'이다. 그녀는 이 소설을 신문에 응모하여 당선되었고 가게에서 번 돈보다 몇 백배의 부와 명예를 얻었으니 그것은 그녀의 '배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가가호호 방문해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고학생 젊은이가 온종일 방문판매를 다녔기 때문에 저녁 무렵에는 지칠 대로 지쳤고 배도 허기졌다. 주머니에는 10센트 동전하나 밖에 없어 그 돈으로는 뭘 사먹을 수도 없었다. '다음 집에 가서는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십니까?" 현관문을 두드리자 예쁜 소녀가 나왔는데 부끄러움이 많은 젊은이는 차마 배고프다는 말은 못하고 물 한잔만 달라고 했다. 그러나 소녀 는 젊은이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큰 잔 가득 우유를 담아 오자 젊은이는 그 우유를 단숨에 마셨는데 온 몸에서 새로운 힘이 나는 듯 했다. "우유 값으로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우리 엄마는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돈을 받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이 말에 공부와 학비 마련이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젊은이는 그날 우유 한잔의 배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었다.

그 후 10여년이 흘렀고 성인이 된 소녀는 그만 중병에 걸려서 전문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전문의 이름은 '하워드 켈리' 소녀에게 우유 한 잔을 얻어 마신 바로 그 젊은이였다. 켈리 박사는 환자를 보고 단번에 고학시절 우유 한잔을 받아 마셨던 그 소녀임을 눈치 채고 모든 정성과 의술을 동원해 치료에 성공했지만 그녀는 치료비가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받아본 치료비 청구서에는 '우유 한으로 이미 결재되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토록 배려는 아름다운 결과를 낳는 것이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리처드리키'라는 동물학자가 오랫동안 케냐에 살면서 인간과 가장 흡사하다는 원숭이를 연구하였다. 그러면 사람이 원숭이와 다른점은 무엇일가. 원숭이 세계에서는 철저하게 강한자가 약한자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세계였다는 것이다. 오직 사람들의 세계에서만 약한자를 너그럽게 대할 줄 알고 의좋게 나누어 쓸 줄알고, 약한자를 긍휼히 여길 줄 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에게는 잘 보이려고 아부를 하지만,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는 배려보다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제 먼저 남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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