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청주 방서지구 중흥S클래스 정문 전경. / 신동빈
청주 방서지구 중흥S클래스 정문 전경. / 신동빈

[중부매일 기자수첩 신동빈] 지난 9월 청주 방서지구 중흥S클래스 입주민들이 제보할 것이 있다며 연락을 취해왔다. 아파트 건설현장 인근에서 만난 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전점검 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건설노동자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 대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된 S클래스 아파트의 남다른 품격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입주민 사전점검에서 이런 모습이 노출됐다는 것은 건설현장 관리·감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후 중부매일 취재결과 벽 휨, 누수, 창문 안 닫힘 등 3만4천여 건의 하자가 발생됐음을 확인했고 일부 서류가 조작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미 준공 승인이 나 입주가 시작된 터라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하자보수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3억원이 넘는 돈을 내고 새 아파트를 찾은 입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집회를 했고 중흥건설과 시공사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숙련도가 부족한 외국인 노동자를 현장에 대거 투입한다. 특히 타 지역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에서 이러한 행태는 더 빈번하게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집집마다 하자가 발생하지만 준공승인을 받은 시공사는 부분시공을 맡긴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떠나면 그만이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경제부.

아파트 하자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행정당국이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현장 관리소장은 "단순 하자일 뿐 시공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입주민들과 간담회에서도 먼저 자리를 뜨며 책임을 회피했다. 한 입주민은 "여기는 청주시이고 청주시민이 사는 아파트다"며 "우리가 얼마나 우스우면 이따위로 아파트를 지어놓고 돈을 받아 가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의 자존심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더 이상 청주시민이 '호갱님'이 되지 않게 행정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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