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국에서 연합회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8.10.17 /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국에서 연합회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8.10.17 / 연합뉴스

최근 사립유치원 부정·비리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시·도 교육청이 감사한 2천58개 유치원 중 1천878곳에서 5천951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고 적발금액만 26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2조원의 정부지원금을 '눈먼 돈'처럼 써왔지만 그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투명한 회계시스템 도입을 외면하다가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자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를 개통키로 하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가 사립유치원만 해당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어린이집도 각종 비리와 공무원 유착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학대와 보조금 부정수급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킨 어린이집들이 한국보육진흥원의 인증평가에서 고득점을 획득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최근 보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이번 국감에서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나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곳들이 모두 '우수' 등급을 받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총 1천215개 어린이집에서 54억3천700만원의 보조금 부정수급이 발생했다. 하지만 인증 어린이집에 대한 불시 점검결과는 기존 인증평가 결과와는 매우 달랐다고 한다. 2014년~2018년 사이 우수 등급을 획득한 93.1%의 어린이집들 중 불시점검에서 우수등급에 해당하는 A등급은 19.5%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 인증평가를 하다보니 평가결과가 불신을 받고 비리가 만연하는 것이다.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과 지자체 공무원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립유치원이 그렇듯 어린이집 비리의혹도 잊을 만 하면 등장했다. 시간제 교사를 전일제 교사라고 속이거나 보조교사를 정교사인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3년에도 '보조금 횡령'등 어린이집 비리가 불거지면서 당시 국회에서 어린이집 규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대부분 회기를 넘겨 폐기됐다. 그해 한국어린이집총연회 회장이 소속 어린이집으로 부터 4천700여만 원을 모아 정치인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검은 커넥션'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출직인 정치인과 교육감들이 선거 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립유치원·어린이집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비리를 키우는 경향도 있다.

교육부와 정치권, 시·도교육청도 사립유치원·어린이집 비리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어린이집도 회계투명성과 보조금 부정수급 방지를 제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린이는 미래의 한국사회를 이끌 소중한 꿈나무다. 모든 어린이집 운영자들에게 교육적 가치관과 소명의식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티 없이 순수한 어린이들을 앞세워 혈세를 낭비하고 돈벌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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