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고졸 성공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17.09.04. / 뉴시스
4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고졸 성공취업 대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17.09.04. / 뉴시스

고졸취업률이 낮아지면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대한 선호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고졸취업지원확대'를 100대 국정과제로 삼고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의 고졸채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당장 12월부터 특성화고 학생들의 실습시기가 겨울방학으로 미뤄졌고 실습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어든다. 실습 교육비 명목의 정부지원금도 대폭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고졸우대정책이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시들해진 분위기다. 고졸취업 붐은 옛날이야기가 돼버렸다. 기업도 외면하고 공공기관도 고졸채용에 인색하다. 가뜩이나 대학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대학진학률이 높아진다면 학력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고졸취업 확대를 위해 전부처가 나선 것은 학력·학벌중심의 사회구조를 타파하고 직업교육의 경시 풍조로 인해 야기되는 인력 수요와 인력양성의 미스매치로 인한 구직난과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실력과 기술만 있다면 가방끈이 짧아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의지였다. 고학력 청년실업률 증가와 생산 가능인구 감소, 사교육비 부담 가중도 고졸우대정책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고졸을 채용했던 은행권이 채용규모를 줄였고 선출직 교육감들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대한 예산을 삭감했다. 이 때문에 정원도 못 채우는 특성화고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현장실습에 나서는 학생들을 위한 실습비 조차 줄이면서 고졸취업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가 취업을 보장하기 못한다면 굳이 진학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이 많아 질 것이다.

3년 전 삼성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높은 대학진학률은 국가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과잉학력으로 인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진 결과 2009년 이후 노동투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졸자 일자리 열악 → 대학진학 필수화 → 대학 과잉 진학 → 대졸자 하향취업 → 고졸자 취업기회 감소 및 열악한 일자리 취업' 이라는 심각한 악순환의 고리는 지금도 유효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구나 작년 하반기이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일자리를 못 찾아 방황하는 대졸자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자체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졸은 물론 석·박사 학위자 까지 몰려드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고졸취업난이 가중된다면 청년들의 선택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학진학이 개인의 미래소득보장과 더 나은 결혼조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투자행위로 인식되는 것은 퇴행적인 문화일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안된다. 대학진학률이 40%를 밑도는 독일이 세계경제의 우등생이 된 비결중 하나는 현장 실습형 직업 교육을 통해 인력의 효율성은 높이고 인력 수급의 미스 매칭은 낮췄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길을 만들려면 고졸우대정책부터 부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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