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가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정한 노인의 날(10월 2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갈 곳을 잃은 노인들이 늘고 있다. 29일 청주 중앙공원을 찾은 한 노인은 "동네에 노인들이 많아 경로당도 80살 이상부터나 갈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공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 일상의 전부라고 전했다./신동빈
본 사진은 칼럼과 관련이 없습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사설]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1965년 88만 명에 불과했던 만 65세 이상 인구는 작년 2월 기준 706만여 명까지 치솟았다. 올해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에 비해 고령자 복지지출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추이를 살펴보면 1인당 복지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 복지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는 필수적이지만, 복지지출은 한 번 시행하면 줄이기 힘든 경직성 의무지출임을 감안하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시종 충북지사의 지방선거 공약인 '경로당 지키미' 사업은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도입 취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은 읍·면·동 관리자 157명을 선정, 월 10만 원씩 지급하고 경로당 회장들에게 월 5만 원씩 수당을 준다는 것이다. 각 경로당 회장들이 관내 안전사각지대에 놓였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찾아 경로당 이용을 활성화 하자는 취지에서 계획됐다고 한다. 마을 노인들이 함께 이용하는 경로당의 환경을 정비하고 서비스를 확대해 경로당 활성화를 꾀하면 노인 문제가 줄고 복지 수준은 높아질 것이라는 게 공약을 내건 배경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이 지사 공약사업이지만 예산의 70%를 도내 시·군에 전가했다. 도내 경로당이 4천157개에 달해 총 26억8천260만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이를 3대 7의 비율로 나누면 충북도는 8억478만 원, 11개 시·군이 18억7천782만 원을 부담한다. 지방선거 때 생색은 이 지사가 다 내고 사업비는 시·군이 부담하게 됐으니 한 푼의 예산이 아쉬운 시·군의 불만이 나 올수 밖에 없다. 특히 도내 전체의 25.3%에 달하는 1천52개의 경로당을 운영 중인 청주시는 4억7천950만 원의 시비를 투입해야 한다. 가뜩이나 자체 노인복지 시책사업 추진 중인 청주시에선 예산난을 겪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다른 노인단체도 형평성을 내세워 동일한 수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 많지 않은 수당이 당초 취지와 달리 특정인을 위한 용돈으로 변질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퍼주기'가 늘어났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국민연금 지급액 인상, 최저임금 보조에 직장인 휴가비도 보조해 준다. 여기에 충북도까지 나서서 경로당 회장에게도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사업비의 상당부분을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 떠넘기고 있다.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선심성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례는 흔하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공짜정책은 폐기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치단체장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번 경로당 지키미 사업도 꼭 필요하다면 충북도가 전액 부담 하던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구조의 변화로 고령인구가 급증해 자동적인 복지지출의 급증이 예상되는 기초자치단체에게 재정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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