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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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에는 세가지 중요한 만남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부모님, 둘째는 배우자, 셋째는 스승과의 만남이다. 우리에게 스승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많으나 참 스승은 없고, 학생은 많으나 참 제자가 없다.'고 하는 시대이다. 이제 우리는 역사 속에서 시대적인 사명을 가지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스승과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함석헌 선생의 이야기이다. 함 선생이 일본의 동경사범학교를 나와 모교인 오산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하루는 학생들이 떼를 지어 교무실로 쳐들어왔다. 학생들은 문제가 있는 한 교사를 폭행하겠다고 몰려온 것이다. 이때 다른 교사는 다 도망갔는데 함 선생만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흥분한 학생들은 함 선생을 문제의 교사로 착각하고 마구 폭력을 행사했다. 나중에야 대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이 용서를 빌며 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때 함 선생은 말했다. "내가 눈을 뜨고 맞았다면 내 사랑하는 제자들 중 누가 나를 때렸는지 알 것이 아닌가. 또 자네들도 알 것이고…. 그러면 내가 어떻게 강단에 서겠으며 또 자네들도 어떻게 나를 보겠는가?" 이 말에 학생들이 크게 감동을 받고 함 선생께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진정한 스승이 보여준 위대한 모습이다.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은 그 당시 TV나 라디오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어린이들이 즐길만한 문화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지방 여기저기를 다니며 동화구연 활동을 했는데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어린이뿐만 아니라 아낙네, 노인 할 것 없이 몰려들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한번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동화인 '난파선'을 구연하는데, 아이들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런데 이날 방 선생이 화장실을 계속 참다가, 구연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따라온 아이 어머니를 만났고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재차 받느라 그만 바지에 실례를 해버렸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다. 방 선생은 "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길 정도로 어린이를 사랑하고 걱정한 큰 스승이셨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학교에서 분유와 건빵을 배급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파 무엇이든 한번 실컷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어느 날 몇 명의 아이가 급식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 저마다 주머니에 가득 건빵을 쑤셔 넣고는 분유를 퍼먹었다. "콜록 콜록" 분유를 퍼먹다보니 마른기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창고 옆을 지나던 선생님에게 들켰다. 아이들은 벌벌 떨며 교무실로 불려갔다. 그런데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놈들아, 분유를 먹다 목이 막히면 어쩌려고. 자, 물부터 마셔라." 코끝이 찡해진 아이들은 이렇게 다짐했다. '이 다음에 나도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선생님은 회초리 대신 물 한 컵으로 아이들을 가르치셨던 것이다. 훌륭한 스승은 그 자체가 촛불이다. 제자들의 두 눈이 밝음에 트일 때까지, 어둠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를 다하여 타오르는 하나의 촛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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