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송 밸류호텔세종시티에서 열린 민주당 충북·충남 기초의원 교육연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송 밸류호텔세종시티에서 열린 민주당 충북·충남 기초의원 교육연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용수

'비록 외지고 먼 나라지만 위무로 천하를 진동하게 했으니 오백(五伯)이다...위엄으로 천하를 움직이고, 강함으로 중원을 제패한 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라 믿음 때문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믿음을 세워 쟁패를 한다는 것이다.' 황제에 버금간다고 한 춘추오패에 대한 순자의 기록이다.

서울의 지위에 비견할 만할 도시가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이다. '특별자치시'라는 명칭에서부터 '지방분권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 가는 대표성을 가진 도시임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행안부와 과기부가 내년 2월 이주하게 되면 행정수도로 불러도 충분하다. 오패의 지위에 서게 될 세종시가 최근 세종역 예비 타당성 면제를 신청했고 이를 반대하는 충북을 일부 언론은 지역이기주의로 몰기도 한다.

충북은 과연 지역이기주의인가? 서울역과 부산역을 제외하고는 고속철도역이 도심과 떨어져 있고 고속철도역이 버스정거장이 아닌 이상 당연하다. 오송역과 청주시청은 20.3km로 30분이 소요되지만 오송역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는 18km로 22분이 소요되고 세종역을 설치하려는 발산리는 정부종합청사와 6.9km로 11분이 소요된다. 결국 세종시의 서부·남부의 생활권역은 오송역보다 11분 빠른 세종역을 이용하고 북부·동부생활권역은 오송역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 세종시의 생각이다.

이에 반해 오송역 선정 이유를 되돌아보자 충북의 바람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국토개발을 위해 중부권 중심에 고속철도역이 필요하다는 기준에서 선정된 것이다. 지금 충북이 청주 도심에서 18km범위 내의 고속철도역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세종시가 18km범위 내에 고속철도역을 2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오송역에서 세종시로 가는 교통시설은 현재 청주에서 가는 것보다 휠씬 좋다. 결국 청주시민은 세종시민보다 오송역 이용이 더 불편하다. 그런데 충북의 지역 이기주의를 논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세종시는 행정수도가 되려면 서울특별시에 의존도를 줄이고 정주여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서울과의 교통 편의를 위해 2개의 고속철도역을 옆에 두겠다는 것이니 세종시는 서울특별시의 행정 위성도시가 될 가능성만 높이게 될 뿐이다. 순자의 글에서 나왔듯이 오패는 믿음을 세워 쟁패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세종역은 충청권의 합의에 의한다는 믿음을 저버리고 세종시의 강함만을 내세워 세종역을 얻어 서울특별시의 행정 위성도시에 머물고자 할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주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과 공생을 선택하여 믿음을 세울 것인지 세종시는 고민해야 한다. 작은 걸 버리고 큰 것을 취하여 진정한 행정수도가 되는 길을 걷기를 바란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시인 김선우의 시(詩) 간이역에 '급행열차로는 갈 수 없는 곳 그렇게 때로 간이역을 생각했다. 사북 철암 황지 웅숭그린 역사마다 한 그릇 우동에 손을 덥히면서 천천히 동쪽 바다에 닿아가는 완행열차 '는 글이 있다. 본래 간이역은 완행열차가 서고 급행열차도 서지 않는데 세종시는 고속철도에 간이역을 세우자는 것이다. 국가발전과 지방자치 그리고 균형발전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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