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강사. / 클립아트코리아
강사.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김금란] '일주일에 이틀은 교수님, 사흘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살아가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나는 지금 한 달에 1만2천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얼마 전 주민센터에 제출할 서류가 있어 건강보험료 납입액을 1만2천원으로 적었더니 어제는 전화가 왔다. '0'을 하나 빼먹으신 것 같은데요? 정확히 적은 것이 맞습니다. 네? 아… 실례지만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대학교 시간강사입니다. 아니 대학에서 건강보험이 되시잖아요, 죄송합니다만, 대학에서 안 해줘요, 그럴 리가요, 정말 그렇습니다. 대학에서 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4대 보험조차 보장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놀란다. 나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주는 직장은 대학이 아닌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다.'

지방대학 시간강사의 노동 현실을 알리기 위해 쓴 수필집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일부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민섭씨는 대학원 조교로 일하며 법정 최저시급도 보장해주지 않는 현실에 말 못할 분노를 느끼고, 이 책을 통해 시간강사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폭로했다. 시간강사 문제는 지난 2010년 한 대학의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으면서 그들의 열악한 처지가 세상에 드러났고, '시간강사 처우개선법'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하지만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법이 오히려 이들의 일자리를 뺏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시간강사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1년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해 주는 이른바 '시간강사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대학과 시간강사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2013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강사법은 4차례나 유예됐다. 당사자인 강사들은 법 취지와 달리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이 미흡하다며 반대했다. 대학들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다. 국회는 애초 계획했던 2013년에서 2019년으로 시간강사법 시행을 유예했고 지난 3월 대학, 강사, 교육부는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협의회)를 구성해 개선안을 논의해 왔다. 협의회는 지난 9월 시간강사 교원지위 부여, 재임용 3년 보장, 방학기간 임금 지급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지난 주 시간강사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대학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 교원심사 소청권을 인정, 방학 4개월간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도 줘야 한다. 한번 채용되면 최소 3년은 재임용 심사를 보장해야 하고 4대 보험도 보장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이 현실화 될 경우 열악한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립대학들은 내년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간강사 인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시간강사를 감원하고 그들이 담당하던 강의를 전임과 겸임교수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립대학들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강사법을 시행하면 대량 해고 등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0년에 걸친 대학등록금 동결 이후 추가 재정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학교당국의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교육부는 내년 예산에 국립대와 사립대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를 모두 반영했지만 사립대학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편성에서 제외됐다. 시간강사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할 때 강사법이 또 유예돼선 안 된다. 정부는 7년을 끌어온 만큼 적극적인 해법찾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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