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교감
공감과 교감
  • 중부매일
  • 승인 2018.11.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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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영희 수필가

좀 짜다. 육수를 부었더니 싱거운 듯하여 다시 간을 조금 넣어 본다. 요즘 식사 준비를 하면서 자주 하는 버릇이다. 신혼 초에는 조심했는데 타성에 젖어 초심을 잃어버렸음이다. 듬뿍듬뿍 넣고 나이 들면 음식이 짜진다는 것을 방패로 삼는 것은 아닌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제천에서 가까이 계셔 나물을 뜯으러 같이 다니셨다.

"청주서 식사하실 때 음식이 싱거워서 불편하시죠?" 딸 갖은 죄인이라는 친정어머니의 말씀에 "남편 건강 챙기느라 싱겁게 하는데 잘하는 일이지요. 혼자 먹을 때는 고추장 넣고 비벼 먹어요."라고 하셨단다. 시어머님은 그렇게 지혜로운 분이셨다.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 점점 짜지는 것은 몰랑몰랑한 혀가 뻣뻣해지는 감각에 포위당해서 미각이 둔해졌다고 핑계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 없는 오이지를 담글 때는 백오이 백 개에 소금 삼 킬로그램, 설탕 삼 킬로그램, 양조 식초 1.8리터, 작은 소주 한 병이 적당한 조합이다. 오이 크기나 온도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뒤집으며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으니 실패한 적이 없다. 오이지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몇 년째 친인척·지인들과 나누어 먹고 있으니 증명이 된 셈이라고 할지.

이렇게 많은 음식을 할 때는 양 조절이 되는 데 적은 음식은 일일이 계량스푼을 쓰지 않고 눈대중으로 하다 보니 한결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뭐든지 그릇에 담을 때는 눈대중으로 하여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니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를 생각하며 위안이 된다. 혹자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해도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 없는 공자 같은 성현이 70에 하신 말씀인데 남용을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어느 해인가 김장을 했는데 무른 적이 있다. 같은 재료를 넣어 같은 양념으로 했는데 괴이한 일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절일 때 중국산 소금을 사용했거나 일찍 수확한 배추를 사용해서 그렇다고 한다. 직접 국산 천일염으로 절이거나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절임배추를 사서 추울 때 하라고 한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약간의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매의 눈을 떠보지만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하는 보통 사람이니 묘안이 없다.

1인 1책 수업에 몇 번 나오다가 연락을 끊은 분이 있었다. 점심까지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까지 한 상태라 지난 일을 되짚어 보았다. 건강한지, 내가 실수한 것은 없는지. 회원들과 다 같이 식사를 한 적은 있는데 청에 못 이겨 점심을 얻어먹은 게 다음에 걸렸다. 가지 말았거나 같이 갔으면 내가 대접을 했어야 했다.

가끔 수업에 참석해서 간을 보고 다른 곳으로 가는 분가 있으니 그럴 수 있는 일인데도 무덤덤할 수가 없었다. 젊은 사람들 말대로 썸을 잘못 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감정이 썰물과 밀물처럼 교차하다가 의심의 농도가 점점 옅어져 확신이 서야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된다고 하는데.

그분이 7개월 지나고 자작시 두 편을 보내왔다. 읽다 보니 심신의 아픔이 전이됐다. 교정을 해야 하는 의무를 잊고 콧등이 시큰해지며 몇 달을 오해한 것이 미안했다. 모자를 쓰고 나온 그가 안쓰럽고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시를 암송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긍정의 힘 등을 과도하게 역설하는 자신이 보였다. 심리치료사도 아니면서.

서로 접촉하여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함께 나누어 가질 때 교감(交感) 한다고 하고,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낄 때 공감한다고 한다. 물론 비슷한 말이지만 같은 종류의 재료라도 신선도나 산지, 양념, 조리 시간 등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거기에 섭생을 신경 써야 하니 말 못 하는 음식 재료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교감하며 간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언어의 수사적 기법을 사용하여 감동의 형식으로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정체를 알게 해주려고 하는 것이 바로 문학이다."라고 했으니 글을 쓸 때는 공감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면 오랜 연구로 증명이 된 "좋은 관계가 좋은 인생을 만든다."라는 인간관계도 조심스럽게 맞추어 가야 할 것이다. 인연이나 이해관계가 맞아야 좋은 관계도 형성되니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교감하고 공감하며 깊어가는 가을처럼 무르익고 싶다.
 

이영희 수필가

약력
▶1998년 '한맥문학' 신인상
▶충북수필문학회. 한맥문학회 회원. 청풍문학회 회장 역임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칡꽃 향기', '정비공'
▶충청북도교육청 방과후학교 지원단장 역임
▶현재 청주시 1인 1책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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