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정상화에 합의한 문희상 국회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21일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 발표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2018.11.21 / 연합뉴스
국회정상화에 합의한 문희상 국회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21일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 발표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2018.11.21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여야가 엊그제 공공부문(공기업,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고용세습의 실체가 밝혀질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야 4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과 강원랜드의 채용비리 의혹 등이 이번 국정조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난 친·인척 채용사례는 13개 기관 345명에 달했다. 고용세습 의혹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3급 이상 고위직 친인척에게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직들이 정규직 전환 방침을 미리 알고 친인척을 입사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5~2016년 사이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 마다 "누구의 아들, 누구의 친인척"라는 소문이 날정도면 알만하다. 공공기관마다 고용세습은 관행이 됐다. 이를 모르고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올 인했던 취업준비생중 일부는 둘러 리 선셈이 됐다.

자유한국당도 고용세습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 2013년 강원랜드는 실력 있는 응시자들을 탈락시키고 부정청탁과 점수조작으로 특정인을 채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채용비리로 탈락한 225명을 특별채용 방식으로 구제했다. 하지만 이중 25명이 기존 임직원 친·인척이라고 한다. 특채구제 절차를 밟은 이유가 채용비리 때문인데 이를 또 악용했다는 보도는 고용세습의 악습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이 중앙 공공기관에만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지방 공공기관도 이번 국감에서 속속들이 파헤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민주당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을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당이 구체적인 증거 없이 국정조사를 무차별적인 정치공세의 장(場)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고 남은 것은 가짜뉴스뿐 아닌가 해서 씁쓸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해 놓고 국정조사도 하기 전에 이런 식으로 공공부문 고용세습을 '사실무근'으로 규정하고 정치공세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민주당이 혹시라도 국정조사에 대한 당내 반대여론을 의식해 고용세습 의혹 제기에 방어막을 치려 한다면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거나 알고도 외면하는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보수야당뿐 아니라 진보정당도 거세게 요구한 사안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물론 박근혜 정부시절 강원랜드 채용비리도 손을 대야 한다. 민주당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안과 언론 보도 내용을 무조건 '가짜뉴스', '거짓말'로 몰아 부친다면 공공부문 고용세습은 절대로 근절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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