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 /클립아트코리아
소득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사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백년대계를 내다볼 국가비전이자 국가모델로 '포용국가'을 천명하고 3대 비전 9대 전략을 발표한바 있다. 3대 비전의 첫 번째가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통합 강화' 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불평등 심화는 노동 생산성과 사회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빈곤의 대물림 현상까지 초래해 경제성장과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포용적 성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불평등구조는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청와대가 그토록 외치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가 실현되는 것을 마다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가 추구하는 비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 동향 조사결과'는 다소 놀랍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5.5배 넘게 차이가 났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살펴보면 5분위(상위 20%)는 8.8%가 올라 매월 973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1분위(하위 20%)는 7%가 줄어들어 131만원을 벌었다. 전형적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확대된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 상반된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추세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에도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로 급감했었다. 통계청은 당시 "고령화 추세에 따라 퇴직 가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되면서 1분위 소득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지만 3분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소득양극화가 계속 벌어진다면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고용시장 침체가 가져온 결과다.

무엇보다 귀족노조의 기득권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선진국보다 컸다. 1980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봉급은 대기업의 97%였다. 하지만 지난 2014년에는 중소기업 봉급 수준이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의 하청업체 비용전가,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도 개선돼야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의 양보 없이는 임금격차가 줄어들 수 없다. 여기에 공기업은 물론 일부 대기업도 '고용세습'으로 청년들의 의욕을 떨어트리고 있다. 그나마 문 대통령이 최근 노동계·경영계에 통 큰 양보와 고통 분담을 호소하는 발언을 했지만 친노동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투자가 활기를 띨 수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없다.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경제적 불평등 격차를 줄이는 것이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고소득층은 더 잘살고 저소득층은 빈곤에 더욱 허덕이게 된 배경과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정부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중심경제'는 오로지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경제로 변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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