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경기 하남문화재단은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국내 정상급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와 함께 지난 18일 하남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기업과 문화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2018.10.19.  / 뉴시스
경기 하남문화재단은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국내 정상급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와 함께 지난 18일 하남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기업과 문화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2018.10.19. / 뉴시스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종합예술학교 이성주 교수가 이끌고 있는 현악 앙상블팀 '조이 오브 스트링스(Joy of Strings)' '가을밤의 노래' 음악회를 갔다. 창단 20년을 맞은 이 단체는 대한민국 대표 실내악 연주자들로 9대의 바이올린, 2대의 첼로, 1대의 더불 베이스로 구성된 실내악 단체이다. 첫 번째 곡, 모차르트의 <아이네클라이네 나흐트뮤지크> 세레나데는 평소 많이 듣던 곡으로 현악기들의 맑고 고운 소리로 경쾌하면서 아름다운 연주였다. 이 곡은 현악 5부(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다른 세레나데들과의 차이점 때문에 '현악 세레나데'로 불리고 있다. 이 노래는 명랑하고 우아한 멜로디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고, 아름다운 선율과 개방적이고 명쾌한 곡조의 세레나데 요소 덕분에 더욱 빛난다.

두 번째 곡, 차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는 가을 정취가 나는 왈츠 곡으로 살짝살짝 날아다니는 느낌이 나고 바이올린 선율에 가을의 소리가 난다. 클래식음악에도 특별하게 사랑의 장르 세레나데가 있고, 가사가 없는 관현악 작품에서도 세레나데라는 장르가 있다. 그런데 사랑을 주제로 한 우아하고 로맨틱한 멜로디의 선율은 노래로 부르는 세레나데와 공통점이 있다. 세 번째 곡,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는 평소에 많이 듣던 세레나데 곡으로 굵직한 미국인 크리스토퍼 템포렐리 바리톤 성악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멋지게 노래했다. 잔잔한 현악기 반주와 잘 어울렸고 호소력이 있어 가을에 매우 적합한 곡이었다. 세레나데는 저녁 음악으로 해가 진 뒤에 노래나 연주하는 곡이지만, 반드시 가사가 있는 음악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고, 기악 앙상블 세레나데도 있다.

2부는 영화음악을 연주하였는데, 첫 곡 <문 리버 Moon River>는 60여 년 전 조니 머서가 작사,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노래다. 그해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의 주제가로 쓰였으며, 영화 속에서는 코러스에 의해 불려지고, 오드리 헵번이 기타를 치면서 중얼거리듯이 불렀다. 이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고, 그래미상의 최우수 가곡상에 뽑혔다. 이후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편곡되는 등 대표적인 명곡으로 손꼽힌다. 두 번째 곡,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주제곡으로, 쇼스타코비치가 미국 망명시절 재즈음악을 듣고 유럽 음악가로서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 곡은 많이 듣던 곡으로 바람타고 흐르듯 음률을 따라 시원하고 감성적이다.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며 경쾌하면서도 즐거운 날들을 생각나게 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낙엽이 지면서 허공에 파문을 남기는데 세종문화회관의 '가을밤의 노래'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찬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낙엽이 뒹굴면 누구나 쓸쓸함을 느끼게 되고, 낙엽을 보노라면 마음이 시려져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음악은 침묵의 잔을 채우는 와인과 같고 상처 난 마음을 치료 해준다고 한다. 우리 모두 가을을 보내며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듣고 문 리버,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들을 감상하며 마음을 달래자. 음악을 듣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 것으로 가을밤의 노래를 감상하면서 만추의 계절을 아름답게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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