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원도 카드 긁는데... 숨통 트이겠지만 역부족"
2%대에서 1%로 인하… 골목상권 연평균 약 214만원 경감
10명중 9명 카드결제 수입 영향 미미 5천원 이하 금지 필요

소상공인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이 발표되면서 매출부진에 시달렸던 중·소상공인들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으로 보인다. / 김용수
소상공인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이 발표되면서 매출부진에 시달렸던 중·소상공인들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으로 보인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300원짜리도 카드로 받아봤어요. 담배 4천500원짜리 1갑 팔면 7% 남는데 카드수수료 내고 나면 300원도 안 남아요. 그나마 카드수수료를 인하한다니 부담이 조금 줄겠지만 매출에는 큰 도움은 안될 것 같아요."(청주시 운천동 J마트 사장)

"카드수수료로 매달 20만원 가까이 내고 있는데 카드수수료가 인하된다니 숨통이 조금 트이겠죠. 하지만 쌀값이 1년 전에 비해 10㎏에 1만5천원이나 올랐어요. 물가는 오르는데 분식값은 올릴 수도 없고…. 영세한 소상공인들도 먹고 살게 '5천원 이하는 카드결제를 금지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청주시 봉명동 김밥체인점 사장)

내수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지원대책으로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 방침을 26일 확정해 발표했다. 카드수수료를 2%대에서 1%대로 최대 0.65%p 낮추고,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대상을 기존 영세업자에서 편의점과 동네마트 등 일반 자영업자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내년 1월 말부터 시행될 이번 조치에 따라 연평균 214만원 정도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이에 대해 충북지역 소상공인들은 반기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청주시 수곡동 한 24시 편의점 사장은 "동네슈퍼에서는 많이 사야 1만원 이하인데 요즘은 다 카드로 결제하니까 매출이 점점 줄고 있다"며 "신용카드 매출이 80%를 차지하는데 수수료부담을 줄여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익에는 크게 도움은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100만 서명운동'을 벌였던 파리바게트 청주운천점은 카드결제금액의 2.5%를 카드수수료로 내고 있다. 1만원 어치 빵을 팔았다면 카드수수료로 업주가 250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파리바게트 청주운천점 직원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조금 줄겠지만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핸드폰만 있으면 결제가 되니까 카드결제가 계속 늘고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2012년부터 '착한가격업소'인 청주시 수동 '송원칼국수'는 물가인상, 인건비 인상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9월부터 음식가격을 1천원씩 올렸다. 조개칼국수는 5천원, 버섯칼국수는 6천원으로 인상했고, 4천원짜리 칼국수 메뉴를 새로 내놓았다. 송원칼국수 하순남 사장은 "카드매출이 전체 80~90%로 수수료부담이 적지 않았는데 수수료를 낮춰준다니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선 경기악화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청주시 봉명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A사장은 "천원단위도 카드결제하는 분위기인데 매출이 영세하고 물가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대해서는 '5천원 이하 현금결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신용카드의 경우 연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을 2.05%에서 1.4%로 0.65%p 낮추고 10억~30억원의 수수료율은 2.21%에서 1.6%로 0.61%p 인하하기로 했다. 체크카드 역시 연매출 5억~10억원은 1.56%→1.1%로, 연매출 10억~30억원은 1.58%→1.3%로 내린다. 연매출 100억~500억원 가맹점도 2.17%에서 1.95%로 0.22%p 인하한다.

정부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했던 매출액 5억~10억원의 편의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 1만5천곳 가맹점당 약 214만원, 연간 322억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라며 "매출액이 5억~10억인 슈퍼마켓, 제과점 등 골목상권에는 연간 84억~129억원(1곳당 279만~322만원)의 수수료 부담 경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은 소상공인들이 대기업보다 최대 3배 이상 카드수수료를 내야 하는 문제점을 어느정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협상권이 없어서 여전히 대기업보다 카드수수료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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