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설수록 커지는 '기-승-전-고향사랑'에 행복"
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 통해 문화향유 기회 제공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꿈을 주고 싶었습니다. 찬란한 문화유산이 있는 제 고향 보은에서 클래식을 통한 희망의 찬가를 힘차게 부르고 싶었습니다. 주어진 시간동안 성의를 내고 또 성의를 냈고,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마음 속에 일어나는 열정을 느끼며 제가 보은사람임을 다시금 느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구동숙 키잘스 챔버오케스트라 단장
구동숙 키잘스 챔버오케스트라 단장

보은군 상주예술단체인 카잘스 챔버오케스트라(단장 구동숙)가 지난달 29일 '마음 울림 음악회'를 끝으로 충북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고향인 보은지역에 클래식의 저변확대를 위해 힘쓴 카잘스 챔버오케스트라 구동숙 단장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과 소회를 들어봤다.



# 클래식 통한 문화향유 기회 제공에 최선

카잘스 챔버오케스트라는 3년 동안 보은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다양한 예술을 체험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인 충족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해 왔다.

충북도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고 충북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은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 하자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는 예술지원제도다. 보통 연극, 무용, 국악, 마당극, 전통예술단체가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단체가 지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도 한 일이었다.

"고향 보은이 낙후 되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이 많이 상했어요. 그래서 이 사업에 지원하게 됐죠. 클래식이야말로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들과 함께 나는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하나하나 실행에 옮겼죠."

구동숙 단장은 사업 첫해인 2016년 편안하고 친근한 레퍼토리로 많은 관객들을 만나면서 클래식 문턱 낮추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2, 3년차 사업을 통해서는 보은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콘텐츠를 창작곡에 담아 보은을 알리는 일에 집중해 왔다.

카잘스 챔버오케스트라는 보은대추축제, 보은동학음악회, 오장환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 등 지역의 굵직한 행사장에서 군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통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했다.

# 로비음악회·브런치 콘서트로 클래식 공유

2006년 창단한 카잘스챔버오케스트라는 클래식은 어렵고 딱딱한 음악이 아니라 편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전하기 위해 전통 클래식 음악과 가요, 월드뮤직, 영화음악을 영상 스크린과 함께 선보여 왔다. 이런 취지를 살려 보은에서도 보은대추축제, 보은동학제는 물론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 행복나눔 효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영화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등을 통해 클래식의 대중화를 시도했다.

특히, 보은문화예술회관 로비에서 시도한 '로비음악회'는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브런치 콘서트, 커피 칸타타로, 또 계절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는 봄-사월, 6월의 노래, 여름밤의 소야곡, 가을의 전설 등으로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며 호평을 받았다.
 

# 대추·동학·오장환 시인 등 지역콘텐츠 창작

"3년동안 고향에서 활동하면서 마음속에 더 깊어지는 고향사랑을 느낍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대화의 끝은 '기-승-전-보은'인거예요. 그래서 보은 얘기 좀 그만 하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죠."

구 단장은 최근 들어 지역의 연주무대나 초청연주를 기획할 때면 어떻게 하면 보은을 알릴까 하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보은대추, 동학, 오장환 시인, 속리산, 법주사, 삼년산성 등 지역의 역사문화콘텐츠다.

이런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탄생한 창작곡이 '흥부가 좋아'를 각색한 '보은이 좋아', 안드로메다에서 대추씨가 떨어지고 보은양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은 '대추씨, 보은양', 동학을 소재로 한 '동학의 얼-선율로 흐르다', '랩소디 녹두'다. 올해 보은동학음악회 초연창작곡인 '랩소디 녹두'는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가야금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동학의 정신을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보은에 거주하는 청소년들로 2016년 첫 발을 내딘 '소나무 유스오케스트라'의 창단연주회. 현재는 28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 2016년 꿈나무 '소나무유스오케스트라' 창단

구 단장이 보은에 클래식 음악을 전하며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이 지역의 청소년이다. 시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문화예술의 평등권을 부여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세계를 열어주고 싶은 마음에 창단한 것이 '소나무유스오케스트라'.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도시에 나가지 않아도 전문음악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있는 소나무유스오케스트라는 2016년 보은군에 거주하는 청소년들로 출범했으며 현재 28명의 단원들이 매주 수요일 2시간씩 전문강사의 지도아래 음악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플릇, 클라리넷 등 악기별 레슨, 단계별 합주지도를 통해 실력을 쌓은 소나무유스오케스트라는 지난해 12월 16일 창단연주회를 가졌으며, 지역의 다양한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오는 12월 11일에는 보은교육청의 지원으로 자신만만 단독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카잘스 챔버오케스트라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한 '로비음악회'는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며 힐링의 시간을 선사해 회를 거듭 할수록 인기를 얻었다.

# 앞으로도 꾸준히 고향 무대에 서며 발전 일조

카잘스 챔버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9일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지난 3년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당신을 위한 쉼표-마음 울림 음악회'를 가졌다. 소프라노 김하늘, 테너 김흥용과 대추골 색소폰앙상블, 보은 삼산초 소리사랑 중창단, 보은고 하모니 색소폰앙상블, 소나무유스오케스트라 등 전문음악인과 지역음악단체가 와 함께 한 이번 무대에서는 오페라 카르멘 서곡, 아리랑 랩소디, 뮤지컬 이순신 중 '나를 태워라', 영화음악OST 등과 구 단장의 첼로 솔로 '자클린의 눈물'이 연주됐다.

"그동안은 보은이 클래식에서 소외된 지역이었지만 진심을 가지고 일한 만큼 많은 분들이 피날레공연에 관심을 가져주고 참석해 줘서 감사했습니다. 마음에 명단을 적은 관객들 대부분이 함께 해 줬고, 공연을 보러온 지인이 '보은사람들 왜 이렇게 수준이 높아?' 할 때는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죠. 그렇게 고향과, 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3년간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활동을 마친 구 단장은 마지막 공연이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고향무대에 서고 구상하고 있는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녹여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과 평화를 심고, 아픔을 위로하는 소명의식으로 감동의 무대를 더 열심히 펼치고 싶다는 구 단장은 서원대 음악교육과, 숙명여대 대학원 기악과를 졸업했으며, The City University of NewYork Brooklyn College 대학원을 거쳤다. 현재 백석대 음악대학원 기독교음악학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청주음악협회 이사, 대한적십자충북음악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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