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 달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9.15 /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 달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9.15 / 연합뉴스

정치에서 막말과 욕설, 무지와 억지가 난무하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이것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이제는 이러한 정치언어가 오히려 주류의 정치행태가 된 느낌이다. 이러한 저질 정치언어 시대를 주도한 인물은 누구일까? 국외에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국내에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꼽는데,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상대 정치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을 향해 '미친', '멍청한'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도 포퓰리즘적 이분법 용어로 불안한 백인 남성 노동자들을 선동하길 즐기고,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남발한다. 그의 막말은 국내에 한정되지도 않고, 우방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무역불균형을 이유로 오랜 동맹인 유럽연합을 '적(敵)'으로 지칭하고, 아프리카계 이민자 유입을 반대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을 '똥통(shithole)'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도저히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저급한 표현과 조악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미국에서 저질 정치언어의 대명사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우리 경우는 홍준표 전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막말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단식투쟁하던 경남도의원을 "쓰레기"라 지칭하고, 방송국 경비원에게 "넌 뭐야, 너희들 면상 보러 온 게 아니야, 너 까짓게"라고 비하하고, 기자에게는 "안경 벗기고 아구통을 날리고 싶다"고 욕설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도 정치적 경쟁자에게 저급한 욕설을 남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친서민?친노동 정책을 내놓으면 빨갱이 정책으로 규정하며 대중을 선동하는 것을 최고의(어쩌면 유일한) 정치노선으로 여겼다. 그의 막말과 억지가 얼마나 심했던지, 지난 지방선거에서 홍 전 대표가 입을 열 때마다 자유한국당 후보자들은 가슴을 조아리다가 결국은 그의 지원유세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고, 오히려 반대편 사람들은 내심 기대하며 그의 입을 더 주목할 정도였다.

정치언어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 예의조차 없는 욕설과 막말, 기존의 저급한 사고방식에 따른 무지와 억지는 정치언어가 아니라 정치적 배설에 불과하다. 이러한 저질 정치언어는 그 자신에게는 배설의 쾌감을 줄진 모르지만, 정치적 논쟁을 전혀 다른 곳으로 이끌어 사태의 본질을 보는 것을 방해하고, 종국에는 모든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혐오만을 양산할 뿐이다. 품격 있는 정치언어는 기본적 언어예의를 지키면서, 그 안에 조롱?해학?재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 안에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고 있고, 정치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바람직한 비전을 담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정치언어로 이 둘을 선정하고 싶다.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우연하게도 모두 홍 전 대표와 연관되어 있다. 지난 5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거 군사정권의 패악질처럼 정치적 반대파에 대하여 욕설을 남발하며 빨갱이로 규정하는 홍 전 대표의 정치행태를 '홍갱이'라 명명하며, "빨갱이 장사로만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홍 전대표의 것을 그에게 그대로 돌려준 재치가 단연 돋보였다. 지난 11월 홍 전 대표의 현실정치 복귀 선언에 대하여 거의 모든 정당과 정파에서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는데, 역설적이게도 정의당이 그의 복귀를 "격하게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그의 복귀로 "수구보수의 소멸이라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고, 그에게 "시장을 통째로 뺏기지 않으려면 개그계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풍자했다. 홍 전 대표를 향한 조롱과 비난이지만, 이 둘은 기본적 예의를 지키며 한편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온전히 담고 있고 한편으로 재치 넘치는 촌철살인까지 들어 있으니, 품격 있는 정치언어의 백미였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홍 전 대표가 애용하는 '빨갱이'와 하 의원의 '홍갱이'라는 비판은 둘 다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정치적 의미와 역사와 미래에 대한 시각은 천양지차다. 홍 전 대표가 그 차이를 알지나 모르겠다. 아니 그는 정의당의 '격한 환영' 논평마저 조롱이 아니라 존경의 표시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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