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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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화염병도 날아들었지만 사법개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라는 사법발전위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 추진단의 비난도 날아들었다. 이어 법원 일반직에게도 의견수렴이 웬 말이냐는 내부 갈등의 소식도 들린다.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나 사법행정에 대한 개선안을 제출하면서 사법행정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법원 일반직의 의사를 묻는 것조차 논란이 되는 풍토는 해괴하다.

현재 추진단의 개혁안을 살펴보면 사법행정회의는 법관 위원 5명, 비법관 위원 5명과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1명으로 구성한다. 비법관 위원 5명은 국회의장 및 법무부장관 등이 추천한다. 비법관 위원 5명 추천이 사법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본질적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사법 불신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에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사법시험을 거친 판사, 검사, 변호사는 같은 문을 통과하였다는 동료의식 때문에 전관예우니, 재판 거래 등을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만들면서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법관위원 5명에 비법관 위원을 추천하는 사람들을 다시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사람들 위주로 구성한다면 귀족의 원탁회의로 권한을 가져가는 지배 권한의 이관에 불과하다. 실질적 사법권 독립을 이루겠다는 거창한 그림은 사법행정권을 가진 자를 1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는 격이다.

현재 대법원은 법원 일반직이라는 행정 전문가를 두고 있다. 법원행정고시 출신과 행정직들은 법원행정 전문가들임에도 이들의 참여는 제외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조차 논란을 삼으면서 법관들 또는 사시·변호사시험과 관련이 있는 단체의 추천에 의한 비법관들로 구성된다면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법원 행정사무는 전문가들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면서 행정 전문가들은 배제한 이 같은 결과는 사법개혁이라고 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는 시대의 명령이다. 당연히 사법행정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맞추어야 한다. 최근 인터넷 전자등기를 보면 수도권 중심의 은행 몇곳이 수도권 집중의 전자등기를 실행하면서 지방 생존은 뒷전이다. 그로 인해 수도권 법조인들은 배를 불리고 지방 법조인들은 생계를 걱정할 판이다. 이런 폐단은 수도권 중심의 사법행정에 원인을 둔다. 따라서 사법행정회의는 적어도 총원 중 20%는 지방의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단서를 부가해야 한다.

촛불혁명의 시대적 의미는 무엇인가? 권력을 가진 엘리트 리그에서 평범하지만 정당성 있는 시민들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널리 실행해서 시민들의 참여 속에 재판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때에 왕권에서 귀족으로 권한을 이관하는 수준의 추진단의 결과물은 매우 실망스럽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들에게 법률서비스를 하는 사람과 사법부를 대변한다고 하는 자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개혁을 주장하는 자도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자도 그들만의 리그에 참여자를 최대한 줄여서 왕정을 할 것인지 귀족정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지금 사법부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은 그들만의 리그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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