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死不瞑目(사불명목)
[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死不瞑目(사불명목)
  • 중부매일
  • 승인 2018.12.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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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다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평소 가깝게 지내는 선배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호탕하면서도 사려깊은 선배와 세상살이를 안주로 삼고 소주 한 잔 곁들여 지난 30여년 나눈 대화에는 늘 '재미'와 '의미'가 상존했다. 이날도 우리는 어김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가 대화의 要諦(요체)였다.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앞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한마디로 '내려놓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누구나 生老病死(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을 어떻게 넘어가야 할까는 그 누구도 정답을 내놓은 바가 없다. 다만 각자 살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순간마다 선택을 할뿐이다. '내려놓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려놓기'에 실패하면 어쩌면 우리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는 회한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三國志(삼국지)』 「吳志·孫堅傳(오지·손견전)」에 있는 '死不瞑目' 고사가 떠올랐다. 고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東漢(동한) 末年(말년), 凉州(양주)의 軍閥(군벌) 董卓(동탁)이 군대를 이끌고 京城(경성) 洛陽(낙양)에 들어와 漢少帝(한소제)를 패하고, 漢獻帝(한헌제)를 세운 뒤, 자신이 宰相(재상)이 되어 朝廷(조정)의 대권을 손아귀에 쥐었다. 그의 행위는 수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長沙太守(장사태수) 孫堅(손견)이 長江(장강)과 淮水(회수)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袁術(원술)과 연합하여 함께 董卓을 토벌하려 하였다. 董卓이 部將(부장) '이각'을 孫堅에게 보내 和親(화친)을 청하면서 孫堅의 아들 孫權(손권)에게 원하는 관직을 주겠다고 하였다. 孫堅이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면서 "잔악무도한 董卓이 조정을 뒤엎었으니 이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死不瞑目)'"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死不瞑目'! 우리는 삶의 회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렇다! 회한은 남으리라! 그러나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 만큼의 회한이 남았다면 어쩌면 그 인생을 실패한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껴가지 못한다. 회한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가 '내려놓기'일지도 모른다. 욕심 줄이기. 내 것이 아닌 것을 채우려 하지 않기. 아니 더 나아가 내 것을 남고 나누기 등등.

이제 몇 년 후면 나도 耳順(이순)이 될 것이다. 말 그대로 남의 말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나이가 된다는 말이다. 耳順은 어쩌면 '死不瞑目'의 반대말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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