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광규 충청북도교육정보원장

학교폭력. / 클립아트코리아
학교폭력. / 클립아트코리아

몇 년 전인가 우스갯소리로 김정일이 남침을 못하는 것은 물불, 앞뒤 가리지 않고 사고를 치는 중2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다.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과거에 고교에서 하던 생활지도의 문제들이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걱정들을 한다. 얼마 전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과 초등생 살인 사건,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등 소년범죄들이 성인 범죄를 이상 가는 잔혹한 범죄이지만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촉법소년의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7년에 학교 폭력 예방 및 근절 방안을 찾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은 옛날부터 이지메라하여 집단 따돌림이 청소년 자살 문제와 함께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라 우리보다 먼저 아픔은 겪은 나라다. 일본의 학교 폭력 대책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일본 학생들의 폭력과 절도 등 학생 비행의 유형이 시대적으로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 학생 비행의 제1기는 1951년 이후 못사는 가정의 학생이 먹고 살기 위해 발생된 비행이다. 제2기는 1964년 이후로 동경 올림픽이 개최되고 고도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한 욕구 불만에 따른 청소년 비행이 발생하는 시기이다. 제 2기는 빈부의 차이에 따른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제3기는 1983년 이후로 소매치기나 자전거를 훔치는 등 심심풀이식의 청소년 범죄가 많이 나타났다. 제4기는 1998년 이후로 가치관이 다양화 되고 규범 의식이 저하되면서 잔혹한 살인 등이 일어나는 시기로 사회적 불안과 함께 시작되었다. 제5기는 2011년 이후로 핵가족화와 고령화, 정보의 범람, 가정과 지역의 교육력 저하 등으로 생겨나는 비행이 많아졌다. 청소년의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를 되돌아 보면 우리 나라 청소년 폭력도 같은 과정을 밟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현재의 우리 나라 청소년 폭력의 형태가 일본의 4기와 5기에 해당하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은 학생의 비행 뒤에는 가정의 파괴가 있으므로 학생과 가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므로 가정의 방문이나 학부모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우리 나라에서도 학생들의 바른 생활지도와 이해를 위해서는 가정 방문 등도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br>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청소년들의 특성 중 하나는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에 대하여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공감 능력은 상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슬픔을 함께 슬퍼할 때 길러질 수 있다. 공감 능력이 높은 청소년은 다른 아이가 아프거나 괴롭힘을 당할 때 그걸 보고 참 힘들고 괴롭겠구나하고 생각할 줄 안다. 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고통받는 피해자의 모습에서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괴물이 된다.

공감 능력은 책을 읽거나, 놀이를 같이 하거나. 예술 감상 활동을 통하여 길러 질 수 도 있다. 청소년 폭력으로 무너져버린 인성을 가진 것 같은 청소년들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갈 때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 문제는 점차 해결의 실마리들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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