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28 /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28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허익범 특검팀이 지난 28일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선거를 위해서라면 불법 행위를 하는 사조직을 동원할 수 있고, 공직을 거래 대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일탈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김 지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필귀정이다.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재판부에 쏠리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혐의는 두가지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포털사이트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부정 클릭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9971만여건의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8800여만건에 대해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특히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초기 버전의 시연을 본 뒤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지사는 또 지난해 대선 후 드루킹과 2018년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해 말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놓고 인사 청탁을 하는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고 있다.

김지사는 "인사 추천이 무산된 데 불만을 품은 일부 온라인 지지자들의 일탈 행위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지만 그런 논리라면 원세훈 전국정원장이 기소된 박근혜 정부시절 국정원 댓글 조작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두루킹 사건은 국가기관이 한 일은 아니지만 인터넷여론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시킨 사건의 본질은 다를 바 없다.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불법적인 조작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한 것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한 행위다.

이번 사건은 애초 검경이 엄정하고 투명한 자세로 수사에 착수했다면 특검까지 갈 이유가 없었지만 40여일이 지나도록 전모(全貌)가 밝혀지기는 커 녕 검경의 미온적인 태도로 관련 당사자들의 증거를 인멸할 시간만 흘러가고 의혹만 더욱 증폭됐다. '살아있는 권력'에 눈치를 봤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반면 특검팀은 성역없이 의혹을 파헤쳐 일탈행위를 한 정치인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내년 1월 하순에 내려질 것으로 보이는 재판부의 김 지사와 두루킹 일당에 대한 선고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불법여론조작 사건이 발생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론을 왜곡시켜서라도 선거를 이기겠다는 그릇된 발상은 올바른 선거문화와 선거제도 무너트리는 짓이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는 일이다.

김 지사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2012년 대선에서 권력기관을 동원한 불법 댓글 사건이 국가적 문제가 됐던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두루킹과 연루된 숫한 증거는 애초부터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재판부는 선고를 통해 이 땅에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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