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28일 별세했다.

김 할머니가 위안소로 끌려간 건 고작 만 14세였던 1940년이었고 이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셨다고 한다.

갖은 고초끝에 귀국한 김 할머니는 1992년 자신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고백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처음으로 파견을 나가 피해 사실을 증언했으며 지난해 9월엔 암 투병 중에도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면서 외교부 앞에 직접 나와 "우리가 위로금 받으려 여태 싸운 줄 아냐, 1천억을 줘도 못 받는다"며 날을 세우셨었다.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는 삶이 끝나면 나비처럼 날아가고 싶다던 김복동 할머니의 유언 때문인지 연일 조문객의 추모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1992년 성 노예 피해 사실을 알리며 평생을 싸워온 김 할머니는 성 노예 피해의 산 증인으로 불릴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할머니들은 한 많은 인생을 뒤로하고 '나비'가 되어 날아갔지만, 남은 자들의 외침은 그분들의 당부처럼 계속되고 있다. 1992년 이후 27년을 이어온 이들의 수요집회는 흔들림 없이 지속되고 있고 회차로 치면 무려 1천372회를 넘었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자국 병사들을 위해 한국의 어린 여성을 강제동원해 유린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강제 동원에 대한 책임 있는 반성은 여지껏 없고 기껏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여성 치유 사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법적 배상금 성격이 아니어서 모든 법적 책임을 지고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미흡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일본의 망언 릴레이를 볼 때 또 다른 망언이 이어질 경우 양국외교를 더욱 얼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일본의 계략에 말려들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언론은 "미래세대의 아이들이 위안부에 대해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지 않아야 한다"고 입바른 논평을 내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과거 일본의 만행을 알려 다시는 우리 민족이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강인한 민족정신과 강국(强國)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일 양국 관계는 그동안 일본이 위안부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불쏘시개만 남아 있으면 언제든 다시 반일 감정이 활활 타오르게 되어 있다.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당부를 똑똑히 직시해야하며 위안부 소녀상의 경우에도 국민 정서의 상징이고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기념물 성격이기도 하므로 일본 측의 뜻대로 위치 변경, 철거 등을 논의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br>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필자는 일본이 일본의 미래세대에게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은 무엇인지, 인류에게 저지른 죄악의 결과는 무엇인지, 유럽의 독일은 어떻게 반성하고 있는지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인지하고 과거 원죄를 씻기 위해 세계평화의 전위대가 되길 바란다.

2019년 황금 돼지해가 밝은지도 어언 30여일이 지났다. 이제는 양국의 미래세대에게 과거의 불편한 진실을 숨기지 말고 진실된 행동으로 협력하여 미래세대에게 구원(舊怨)을 물려주지 않기를 기대한다.

또한,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경제적으로 우수한 나라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수치스럽고 비극적인 나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몇분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진심어린 사과만이 그렇게 일본이 원하는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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