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시부모’라고 부르고 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할 때 접두어로 ‘시’ 자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이와 관련, 많은 사람들이 이를 한자 ‘시집 媤’(시)로 알고 있다. 상당수 국어사전도 그렇게 적고 있다. 그러나 자전을 펴보면 한 가지 납득되지 않는 면이 있다.

‘媤’ 자를 찾으면 한국식 한자라는 설명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중국한자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만든 한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식 한자 ‘媤’ 자는 우리말 어떤 것을 한자화한 것이 된다. 어떤 것일까.

다음의 속담을 주의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 ‘시앗이 시앗 꼴을 못본다’, ‘시앗죽은 눈물만큼’. 첫번째는 부처같이 어진 부인도 시앗을 보면 마음이 변하여 시기하고 증오한다는 뜻을, 둘째는 시앗이 제 시앗을 더 못 본다는 뜻을, 세째는 몹시 적다는 뜻을 지닌 속담이다.

이와 관련, 충북대 조항범 교수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시앗’이라는 단어는 ‘첩’(妾)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그러나 ‘시앗’이라는 단어를 첩으로만 보면 서두에 나오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부모의 뜻이 잘 풀어지지 않는다. 첩아버지, 첩어머니, 첩부모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앗’의 본래 뜻은 다른데 있는 것이 된다.

조 교수에 순우리말 ‘시앗’은 ‘부차적’, ‘2차적’, ‘간접적’의 뜻을 지니고 있다. 한자와 비교하면 ‘근본 本’(본) 자와 대칭되는 말이다. 이 방식대로 하면 ‘시부모’는 ‘부차적 내지 간접적인 부모’가 된다. 그리고 ‘첩’에는 ‘2차적인 아내’라는 뜻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상당수 어문학자들은 ‘시집’의 ‘시’를 한자 ‘媤’로 보는 것도 잘못된 해석이라고 밝히고 있다. / 문화ㆍ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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