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일 계속된 최악의 미세먼지로 5일 충북도내 일부지역에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청주도심이 회색도시로 변한 듯 뿌옇다. / 김용수
연일 계속된 최악의 미세먼지로 5일 충북도내 일부지역에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청주도심이 회색도시로 변한 듯 뿌옇다. / 김용수

대한민국의 일상을 바꾼 미세먼지가 연일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말뿐인 정부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과 공동 인공강우 추진, 6기에 달하는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화전-火電) 폐쇄 등의 대책을 밝혔지만 이 마저도 신통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교적 공조가 필요한 인공강우의 경우 대기오염 책임에 대해 계속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중국측과 사전협의도 없이 내놓은 보여주기식 맹탕 대책이다. 그나마 국내 전체(60기)의 10%를 대상으로 해 효과가 기대되는 노후 화전 폐쇄는 폐기시점(2022년)을 앞당기는 수준이다.

이처럼 정부대책이 거듭 겉돌고 있는 사이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이 중국발에 국내 오염물질이 더해진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조사한 OECD회원국 초미세먼지 상위 100위 도시에 충청권은 8곳이나 포함됐으며 올들어 발생한 초미세먼지 나쁨일수에서 충북과 세종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충북의 올 1~2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3㎍/㎥을 넘어 기본적으로 나쁨단계(36㎍/㎥~)를 보이는 등 '전국 최악의 미세먼지 지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충북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충북 미세먼지의 요인은 국외 43%, 충남화력발전소 21% 등 외부의 것이 70%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을 정도로 국외요인에 대해 무능하기만한 정부인 만큼 기대할 곳은 국내 정책뿐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답답하기는 매일반이다. 정부가 발표한 노후 폐쇄대상에 2곳이 포함됐지만 충남은 전국 최다인 30기의 화전이 몰려있어 화전 전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대기질 개선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 공포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재앙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등에 자체적으로 LNG발전소를 짓겠다고 한다. 뜻밖이랄 수 있는 이 계획은 정전대비 등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것이라는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전력공급이 원활하고 안정적인 나라다. 그런데도 기업에서 자체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전의 입지가 좁아지고 생산단가와 요금 인상이 예상되자 기업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NG발전소도 질소산화물 같은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배출해 대기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커질수록 보다 강력한 규제가 요구될 것이라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화전과 경유 사용에 손을 놓겠다면 다른 대책이라도 찾아야 한다.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는 배경에 대통령 공약이 있다면 미세먼지 없는 '푸른 대한민국'에 대한 약속도 대통령 공약이다. 두가지가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가치의 무게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여론은 이미 그 답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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